서울시내 정비업계의 관심을 불러 모았던 시공자 선정 조기화가 무산됐다. 사실상 조례개정안이 폐기 수순에 접어들면서 조합설립인가 후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다는 업계의 기대감도 하락했다.

이번 조례개정안에는 정비지원계획(신속통합기획)을 반영했거나 조합원 2/3 이상의 동의를 받은 경우 조합설립인가 이후 시공자 선정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런데 서울시가 반대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비가 무분별하게 증액되고 투명성이 결여될 수 있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실제로 현행 서울시 도시정비조례에서는 사업시행인가를 받고나서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규정에서는 조합설립인가 이후 시공자 선정이 가능하도록 정하고 있지만, 시는 지난 2010년 공공관리제를 도입하면서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못 박았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서울시만 시공자 선정 시기를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규정했다. 도입 취지는 투명성 강화와 공사비 인상 등의 부작용을 막자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자금조달에 대한 어려움과 함께 사업 추진 속도가 더뎌지는 등 더 큰 부작용이 나타났다. 융자지원 제도를 통한 자금조달 문제 해결에도 나섰지만 수백곳에 달하는 사업장들의 사업비용을 충당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실제로 공공관리가 적용된 사업장은 비적용 사업장보다 사업 추진 속도가 더디게 진행됐다. 서울 성수지구와 한남뉴타운의 경우 공공관리 시범사업장으로 선정됐지만 아직 첫 삽도 뜨기 전이다. 반면 비슷한 시기 사업이 추진됐던 경기 광명뉴타운은 대부분의 사업장들이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다.

서울시 논리와 다른 결과다. 시는 정확한 데이터 없이 공사비 증액 및 투명성 결여 등 표면적인 명분만 앞세우고 있다.

공공관리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2010년 재임시절 도입한 제도다. 이후 제도시행 10년 동안 공공관리제에 대한 부작용이 발생해왔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정책은 효율성이 가장 중요하다. 명분과 아집을 앞세운 정책 시행으로는 시민들을 이해시키기 어렵다.

오 시장은 보궐선거를 통해 복귀한 후 지방선거에서 다시 시민들의 선택을 받았다. 시내 수백곳의 정비사업 관계자 상당수는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지향하는 오 시장에게 표심이 향했을 것이다. 그만큼 정비사업 관련 유권자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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