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그래픽=홍영주 기자]

최근 재개발·재건축은 물론 가로주택 등 소규모정비사업의 공사비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물가상승에 따른 건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규모의 경제가 재개발·재건축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소규모정비사업에서 공사비에 대한 고민이 더 커지고 있다.

실제로 정비사업장 곳곳에서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공사비도 동반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서울시 성북구의 A재개발사업장의 경우 지난 4월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을 마쳤다. 조합이 입찰공고를 통해 책정한 공사비 예정가격은 3.3㎡당 약 740만원이다. 앞서 용산구의 B재개발사업장은 지난 2020년 3.3㎡당 약 600만원에 시공자를 선정했다. 이 같은 수치는 당시 업계에서 화제가 될 정도로 높은 공사비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불과 약 2년 만에 3.3㎡당 공사비가 140만원가량 수직상승한 셈이다.

규모가 작은 소규모정비사업의 경우 공사비 부담은 재개발·재건축보다 크다. 소규모정비사업은 사업규모가 작기 때문에 재개발·재건축에 비해 3.3㎡당 공사비가 높게 책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렇다 보니 강남권에서는 3.3㎡당 공사비가 800만원이 넘는 사업장들이 곳곳에서 등장했다.

지난해 10월 C소규모재건축사업장의 경우 3.3㎡당 공사비 약 822만원으로 시공자를 선정했다. 이 단지는 최고 28층 높이의 아파트 180여가구가 들어설 전망이다. 인근 C사업장도 같은해 12월 3.3㎡당 약 845만원으로 가로주택정비사업 시공자 선정을 마쳤다. 이 사업장은 최고 18층 높이의 아파트 60여가구를 짓는다. 규모가 작은 소규모정비사업장인데도 불구하고 고급화 전략을 앞세웠기 때문에 초고가 공사비 산정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강남권을 제외한 수도권 역시 굳이 고급화를 추구하지 않더라도 물가상승에 따라 3.3㎡당 최고 600만원에 가까운 공사비가 책정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원자재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공사비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이처럼 소규모정비사업은 상대적으로 공사비가 높기 때문에 물가상승을 반영할 경우 재개발·재건축보다 불리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재개발·재건축보다 3.3㎡당 공사비가 높은 상황에서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면 더 높은 공사비로의 변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건설사들은 물가상승에 따른 공사비 변동 기준으로 소비자물가 대신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감당하기 위한 건설공사지수비를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큰 폭으로 오르는 원자재 가격에 맞춰 현실적으로 공사비를 책정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선택인 셈이다.

문제는 건설공사비지수가 소비자물가지수를 뛰어넘었다는 점이다. 시공자 선정에 나선 조합은 소비자물가지수를, 건설사는 건설공사비지수 또는 소비자물가지수 적용을 요구하면서 서로 이견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기존에 시공자를 선정했던 사업장들에서도 공사비 인상 여부를 두고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경우 에스컬레이션 적용에 따라 시간이 갈수록 공사비는 상승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펼쳐지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조합과 시공자간에 신속한 협의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공사비를 둘러싼 장기간의 대립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물가는 지속해서 상승하고, 사업기간 증가에 따른 사업비용 등이 증가하면서 결국 조합원들의 부담으로 되돌아온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의 목적은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인한 물가상승으로 공사비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기업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시공권 확보 및 유지에 공을 들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합과 시공자가 공사비를 둘러싼 이견차를 좁히지 못한다면 서울의 대규모 재건축사업장처럼 공사가 장기간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할 수 있다”며 “서로간에 원만한 협의를 통해 신속하게 추진하는 게 사업 성공의 지름길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혁기 기자 lee@aru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