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그래픽=홍영주 기자]

기존 가구 수에 세입자를 고려하지 않은 채 조합원 수만을 기준으로 학교용지부담금을 부과한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방법원 제2행정부(재판장 박광우)는 지난달 26일 A주택재개발 정비사업조합이 구미시장을 상대로 한 ‘학교용지부담금 부과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학교용지부담금 부과 대상인 정비사업으로 증가하는 가구 수를 산정하는 방법이었다. 학교용지 확보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정비사업은 세대수가 증가하지 않은 경우에는 부담금을 부과·징수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정비사업을 통해 증가하는 세대수에만 학교용지부담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의미다.

판결문에 따르면 A구역은 지난 2013년 조합설립인가를 받았고, 2015년 8월 재개발을 통해 1,640세대의 아파트를 건설하는 내용으로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당시 조합은 조합원 253세대와 보류시설 3세대, 일반분양 1,236세대를 공급할 계획이었다.

이후 2018년 5월 조합은 사업시행인가를 바탕으로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고, 2021년에는 조합원 211세대, 보류시설 3세대, 일반분양 1,314세대, 임대 82세대 등 1,610세대를 공급하는 내용으로 관리처분계획 변경인가를 받았다.

이에 시는 재개발로 공급되는 1,610세대에서 임대주택 82세대와 조합원 263세대, 보류지 3세대, 공동조합원 1세대, 다주택 분양자 29세대 등 263세대를 제외한 1,232세대를 증가한 세대로 판단했다. 이를 토대로 조합에 학교용지부담금 약 30억9,000만원을 부과했고, 조합은 2021년 8월 부담금을 납부했다.

하지만 조합은 학교용지부담금 산정이 잘못됐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정비구역 내 조합원 가구 수와 세입자 가구를 포함한 주민등록이 이뤄진 총가구를 기준으로 학교용지부담금을 산정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시는 조합원 수를 기초로 신축 아파트의 증가분을 산정해 부담금을 부과했기 때문에 위법하다는 것이었다.

반면 시는 학교용지법이 개정되면서 부담금 면제 조건이 ‘사업시행 구역 내 가구 수가 증가하지 않은 경우’에서 ‘사업시행 구역 내 세대 수가 증가하지 않은 경우’로 변경됐기 때문에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부담금을 산정하는 것이 적법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정비사업으로 가구 수가 증가해야만 학교용지부담금을 부과할 수 있는데, 증가 가구 수는 ‘정비사업에 따라 공급되는 공동주택의 가구 수’에서 ‘정비사업 시행 이전 해당 정비구역 내의 전체 가구 수’를 빼는 방법으로 산정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재판부는 시가 세입자를 기존 가구 수 산정에서 제외했다고 자인한데다, 세입자 가구도 취학에 대한 수요 측면에서 차이가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부담금 부과가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또 재개발사업 특성상 신축 공동주택이 기존 노후·밀집 다가구주택을 대체해 가구 수가 감소함에도 거주 특성을 무시한 채 세입자를 일률적으로 가구 수 산정에서 제외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봤다.

이와 함께 ‘가구’란 현실적으로 주거 및 생계를 같이하는 사람의 집단을 세는 단위를 의미하기 때문에 주택에 대한 소유를 포함한다고 볼 수 없고, 학교용지법 상 ‘가구 수’를 기준으로 부과하는 것은 주민등록이 이뤄진 가구 수를 기준으로 산정하기 위한 취지라는 점도 감안했다.

따라서 재판부는 시가 제출한 자료들만으로는 정비구역 내 기존 가구 수를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한 만큼 정당한 학교용지부담금을 산정할 수 없어 부과처분을 전부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