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은 “사업”이기 때문에 수입은 늘리고, 지출은 줄여야 사업주체인 조합과 조합원의 이익이 많아진다. 수입은 일반분양 물량이 많을수록, 분양가가 높을수록 늘어난다. 지출은 사업비를 줄일수록 줄어든다.

조합의 사업비 중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도급공사비다. 그래서 시공자 선정 시 입찰제안서 상의 공사비는 항상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나 관리처분을 위한 도급공사 본계약과 착공을 위한 도급공사 변경계약 시에는 조합과 시공자 간에 공사비 대립이 더욱 첨예하게 극단적으로 치닫기도 한다.

최근 강동구의 대단지 재건축 현장에서는 도급공사비 변경 계약과 관련한 대립으로 한창 공사 중인 현장의 공사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제정된 지 벌써 20년이 되어가고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시공자의 공사비에 대한 논란은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조합과 시공자간에 갈등의 가장 큰 불씨는 여전히 공사비이다.

조합원들의 사업에 대한 이해도와 공유가 대폭 늘어난 탓도 있지만, 공사비 제안과 협상을 대하는 건설사들의 태도에 기인하는 것도 적지 않다. 갈등 요인을 한꺼번에 거론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관계로 중요한 몇 가지만이라도 논의해보고자 한다.

입찰제안서는 비전문가인 조합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문구들로 가득 차있다. 그나마 가전제품이나 세대 내 마감의 경우에는 다소나마 이해할 수 있지만, 나머지 품목들은 처음 듣는 항목인 경우가 많다. 특히나 마감 이외의 여러 제안 조건들은 무슨 의미인지, 향후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를 가늠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조합원들은 입찰제안서상의 현란한 사진과 그림들에 시선을 빼앗기고, 합동설명회 시 영상물에 보이는 멋진 신축 아파트의 모습에 꿈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감동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좋았던 기억과 분위기도 한순간 불구대천지 원수보다 못한 불신과 극단의 감정으로 치닫는 순간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 도급공사비 협상 때라고는 생각지도 못할 것이다.

조합은 입찰 당시의 공사비가 착공 때까지 아니 중도에 본계약 시에 크게 변동되는 것이라고는 생각치도 못하고, 시공사들의 확정공사비 운운에 그 공사비 그대로 변함없이 유지되는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시공사에서 제시하는 공사비 변경 공문을 받아보는 순간 숨이 턱 막힐 것이다. 물론 예전에 비해서는 여러 법규나 제도에 의해 시공사들이 임의로 공사비를 부풀리거나 올려 받지 못하는 장치들이 많이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찰제안서와 계약서상에 생각치도 못했던 문구를 근거로 공사비 변경 사유를 들이밀면 조합원들은 일순간 신뢰가 바닥에 떨어지게 된다. 반면 시공사들은 고의적인 잘못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뭔가 사기꾼이 된 듯한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공사비 변동 요인 중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물가지수 적용을 우선 살펴보자. 조합에서 시공사 입찰을 진행하기 위해서 만드는 입찰지침서를 보면 공사비 산정시점과 공사비 변동요인으로 물가지수 적용에 대하여 명기를 하게 되어 있다. 물가지수라 함은 물가의 변동을 파악하기 위해 작성되는 지수로서 기준이 되는 해(기준시점)의 물가수준을 100으로 하고, 그 후의 물가를 종합지수의 형태로 나타낸다. 물가의 움직임을 측정하기 위한 척도일 뿐 아니라, 각종 정책의 지표로서 또는 각종 디플레이터(가격수정인자)로서 이용된다. 물가지수는 상품거래의 단계에 따라 생산자물가지수와 소비자물가지수로 나뉠 수 있다. 여기까지는 일반인들도 많이 접해본 용어이고 뉴스나 시중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단어이기도 하다. 그런데 공사비와 관련된 가격조정 지수로서 ‘건설공사비지수’라는 게 있다. 건설공사비지수라 함은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직접공사비를 대상으로 특정시점(생산자 물가지수 2015년)의 물가를 100으로 하여 재료, 노무, 장비 등 세부 투입자원에 대한 물가변동을 추정하기 위해 작성된 가공 통계 자료다. 공사비 실적 자료의 시간차에 대한 보정과 물가변동에 의한 계약금액 조정기준, 그리고 건설물가변동의 예측 및 시장동향 분석에 활용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사전적 정의나 시중에 유통되는 단어의 뜻도 사실 애매모호하지만, 이것이 실제 공사비 계약금액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는 알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더군다나 조합이나 시공사에서 자세한 설명이나 그에 미치는 영향을 이야기해주지 않다가 도급계약 협상자료에 떡하니 올려놓으면 그 금액의 과다함에 화들짝 놀라고 말게 된다. 정비사업은 절차를 진행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절차도 복잡하다. 일부 현장은 사업이 중도에 멈추기도 하고, 인허가를 밟는데도 몇 번 반려·수정되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시간을 잡아먹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한 순간에도 공사비는 물가에 연동돼서 계속 변하고 있다. 그간의 경험으로 보건데 물가는 대부분 올라가는 경우가 많지, 떨어지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 했을 것이다. 그래서 시공사 선정 후 가계약을 하고 사업시행인가 후 관리처분 시 본계약을 할 때까지 시간이 걸리면 걸릴수록 물가지수에 의한 공사비는 더욱 금액이 많아진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이해할 수 있다고 쳐도 그 다음에 문제가 큰 경우가 발생한다. 어떤 구역에서는 시공사가 소비자물가지수를 기준으로 한다고 제안서와 계약서에 명기가 되어 있고, 다른 구역에서는 또 다른 시공사가 건설공사비 지수를 기준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이런 경우에 조합원들에게 유리한 것은 어느 경우일까.

물론 착공 시까지 공사비 변동이 없이 공사를 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시공사 선정 후 착공까지 아니 관리처분시까지도 보통 수년씩 걸린다. 착공 시까지는 십년이 넘는 경우도 허다한데 그동안의 공사비를 변동 없이 그대로 적용해주는 시공사는 단 한군데도 없을 것이다. 아니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시공사들은 입찰 시에 조합의 설계도면과 인허가를 기준으로 공사비를 산정한다. 쉽게 말하면 그 시점의 인건비 재료비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다. 언제 관리처분을 할지, 언제 착공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미래의 공사비를 산출해서 적용하기는 불가능하다. 인건비·재료비는 계속 변동하며 대부분 올라가고 있는 추세이고, 거기에 더해 심의기준 인허가 기준 정책변경 등으로 추가적으로 공사에 반영해야 할 상황들도 많이 발생하게 된다. 공사비 산정 시에 반영하지 않았던 항목들도 새롭게 생기게 되고, 오른 물가에 따라서 다시 공사비를 산정해야만 한다. 공사비 산정을 시공사들이 회사 내부적으로 재산정하지만, 재산정한 금액을 토대로 다시 공사비를 제시할 수는 없다. 이미 시공사 선정 시 제시해 계약된 금액이 있기 때문에 계약서 조항에 근거한 변동 외에는 다른 가감 요인이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시공사 내부적인 문제이며 감당해야할 부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공사들은 공사비 협상 시 공사비 변동 요인에 대한 계약서상의 근거 조항과 그에 따른 자료를 만드느라 입찰 제안 당시 못지않게 집중하게 된다.

그럼 결론적으로 입찰제안서 및 계약서상 소비자물가지수와 건설공사비지수를 구체적으로 비교해 보자. 시공사들의 논리가 어떻든 간에 조합 및 조합원 입장에서는 당연히 낮은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이 아닌가.

최근 4년간 주요 물가지표 변동을 살펴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연평균 1.95%, 생산자물가지수는 3.26% 오른 반면 건설공사비지수는 무려 7.03% 상승했다. 같은 기간 기본형건축비는 3.75% 오르는 데 그쳤다.(헤럴드경제 5.13일자 보도) 최근의 기간으로 한정하면 그 격차는 더욱 커진다. 지난 1년간 소비자 물가지수는 약 4.8%정도 상승한데 반해 건설공사비지수는 약 16.9% 상승하여 양자 간 격차가 거의 4배 가까이나 된다. 물론 코로나 시국과 글로벌경제의 파장으로 인한 원자재 값 상승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시기여서 그렇기는 하나 어쨌든 두 지수간의 격차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2,000억원짜리 공사비를 기준으로 하면 1년간 소비자물가지수를 적용했을 때는 공사비가 약 96억원 정도 상승요인이 생겼지만, 건설공사비지수를 적용했을 때는 무려 338억의 공사비가 상승한 셈이 되는 것이다. 공사비 격차가 240억이나 나게 된다.

재건축·재개발사업도 당연 건설공사이고 따라서 건설공사비지수를 적용하는 게 타당하지 않느냐고 주장하는 시공사도 많을 것이다. 물론 일견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재개발·재건축은 민간사업으로서 단순도급공사인 관급공사와는 질적으로 다른 면이 많다. 관급공사의 경우는 거의 건설공사비지수를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지만, 재개발·재건축의 경우에는 소비자물가지수를 적용하는 시공사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건설공사비지수를 적용하는 시공사도 여전히 많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재개발·재건축의 시공사는 사업비 조달부터 분양대행까지 조합을 대신해서 사업주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당연히 사업의 승패에 대한 권리와 의무 책임도 같이 져야한다. 권리만 가지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면 시공사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막대한 자금력과 브랜드파워, 인력, 조직력, 경험, 전문성 등 무엇 하나 조합과 대비해 그 위상과 존재감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받을 것 다 받아가는 건설공사비 지수보다는 서로 역할과 책임감을 나눌 수 있는 소비자물가지수 적용이 입찰제안서 상에 일반화되기를 기대한다.

현재 시장상황이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에 따른 물가상승 압박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더욱 더 어느 것을 적용 하느냐가 향후 최종 공사비 확정시 조금이라도 조합원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절대적인 기준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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