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에서 경쟁이 사라지고 있다. 현행법상 시공자 선정은 원칙적으로 경쟁입찰을 통해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일부 조합이 과도한 입찰보증금을 내걸면서 수의계약을 유도하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수백억원의 보증금을 감당할 여력이 있는 일부 대형사들만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하면서 2회 유찰 후 경쟁 없는 무혈입성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올 상반기 수주실적 TOP3를 차지한 현대건설, GS건설, 롯데건설은 대부분 수의계약으로 시공권을 확보했다. 현대는 수주한 6개 사업장 모두 수의계약이다. GS도 총 5곳 중 4곳, 롯데는 총 6곳 중 5곳에서 경쟁 없이 시공권을 따냈다. 3개사가 수주한 사업장 17곳 중 15곳은 수의계약으로 시공자 선정이 이뤄진 셈이다.

실제로 사업장별로 입찰보증금 규모는 막대한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 용산구 한강맨션 재건축의 입찰보증금은 무려 1,000억원이 책정됐다. 전남 광주 광천동 재개발은 900억원, 대전 유성구 장대B구역 재개발 400억원, 경기 과천시 과천주공8·9단지 재건축 400억원으로 파악됐다.

이 외에도 규모가 적은 강남구 청담신동아아파트 리모델링은 입찰보증금으로 50억원을 설정했다. 이 단지는 면적이 3,360㎡로 최고 20층 높이 121가구 규모로 재탄생한다. 현재는 최고 14층 높이 106가구 규모로 구성됐다. 이보다 면적이 더 넓은 영등포구 신길13구역 재건축사업장의 입찰보증금은 30억원이다.

현재 입찰보증금 납부 규모와 관련해 사업장별로 면적이나 건립규모, 조합원 수 등에 따라 보증금 규모를 책정할만한 근거는 없다.

사실 ‘보증금’과 관련된 수의계약 유도 의혹은 오래 전부터 불거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20년 말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개정을 통해 ‘현설보증금’ 요구를 금지시켰다. 일반경쟁을 통해 시공자를 선정하도록 한 관련법 취지가 현설보증금을 통해 회피될 조짐을 보이자 정부가 칼을 빼 들고 나선 것이다.

그런데도 수의계약을 통한 짬짜미 의혹에 대한 시선은 여전하다. 일각에서는 한편의 시나리오처럼 최초 입찰에서 수의계약 전환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경쟁은 건설사들이 수주를 위해 경쟁사보다 공사비 등의 부문에서 더 나은 조건제시를 유도할 수 있는 전제다.

과도한 입찰보증금으로 인한 경쟁 없는 시공자 선정이 과연 조합원에게 득이 될 일인지 되돌아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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