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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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산 정비사업장 곳곳에서 시공권을 두고 건설사간에 뺏고 뺏기는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조합은 하이엔드브랜드 적용을 원하거나 더 나은 조건을 요구하면서 기존 시공자와의 이견차를 좁히지 못해 계약을 해지하고, 새 파트너를 물색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다만 ‘더 나은 적임자’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기간과 비용이 늘어나고, 조합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3구역 [사진=한국주택경제신문DB]
부산 해운대구 우동3구역 [사진=한국주택경제신문DB]

실제로 부산 재개발 최대어로 꼽히는 해운대구 우동3구역의 경우 시공자 선정이 또 좌절됐다. 지난해 4월 기존 대우건설·HDC현대산업개발과의 계약을 해지한 후 새로운 시공자 선정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

조합은 지난 12일 시공자 선정을 위한 두 번째 입찰을 마감했다. 그 결과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앞서 열린 2차 현장설명회에는 현대건설,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 동원개발 등 4곳이 참석했지만 어느 한 곳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 가운데 현대건설과 롯데건설은 1차 현장설명회에도 참석하면서 대형사간에 경쟁구도가 성립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웃돌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1·2차 입찰 모두 ‘무응찰’로 마무리됐다.

우동3구역이 부산의 핵심지역으로 꼽히고, 규모가 상당한데도 불구하고 연속된 유찰 결과로 이어진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사업계획에 따르면 우동3구역은 우동 229번지 일대로 구역면적이 16만727㎡에 달한다. 재개발을 통해 지하3~지상39층 높이의 아파트 2,918가구와 부대복리시설 등이 건립될 전망이다.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는 3.3㎡당 약 600만원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대규모 사업장인데도 불구하고 700억원에 달하는 입찰보증금과 까다로운 사업조건 등이 유찰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조합 입장에서는 대우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의 제안을 뛰어넘는 사업조건을 기대할 수 있는데, 이를 충족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합은 조만간 다시 입찰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외에도 부산에서는 금정구 부곡2구역과 서·금사재정비촉진A구역, 서·금사재정비촉진6구역 등이 기존 시공자와 결별한 후 새 파트너를 찾기 위한 입찰 절차를 진행 중이다.

부산 금정구 서·금사재정비촉진6구역[사진=한국주택경제신문DB]
부산 금정구 서·금사재정비촉진6구역[사진=한국주택경제신문DB]

이 가운데 서·금사재정비촉진6구역의 경우에도 기존 시공자와의 계약을 해지한 후 1년 가까이 사업이 정체되고 있다. 이곳은 지난 2017년 반도건설·중흥토건 컨소시엄을 시공자로 선정한 후 하이엔드브랜드 적용 등을 두고 조합과 이견차를 보이면서 지난해 6월 계약이 해지됐다. 이후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에 현대건설이 단독으로 참석해 유찰됐고, 이달 19일 2차 현장설명회가 열린다.

업계에서는 시공자 교체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업이 지연되는 동안 물가상승에 따라 원자재가격 등이 오르고, 새 시공자를 찾더라도 공사비가 증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고스란히 조합원 분담금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동3구역의 경우에도 지난해 4월 기존 시공자와의 계약을 해지한 후 1년 넘게 사업이 지연됐다.

더욱이 기존 시공자와의 계약해지를 두고 소송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일부 사업장의 경우 손해배상 청구 및 대여금반환 청구 등 각종 소송을 진행했던 사례도 있다. 이 경우 사업지연에 따라 조합 운영비 등 사업비 규모는 더 늘어나게 되고, 손해배상 금액까지 더해지면서 오히려 조합원의 추가부담은 더 커질 수 있는 요소로 작용했다.

뿐만 아니라 금리가 오르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부동산시장이 침체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경우 지방부터 침체 여파가 불어 닥칠 수 있다. 즉, 현 상황에서의 무리한 시공자 교체는 조합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공자 교체는 물가 및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가와 법적 분쟁 등의 사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무리한 시공자 교체는 고스란히 조합원들의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혁기 기자 lee@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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