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은 수많은 이해관계가 충돌한다. 조합의 구성원인 조합원들의 생각 또한 다르기 마련이다. 이러한 이유로 정비사업은 어느 일방이 사업을 이끌어 가기 어렵고, 조합은 의견수렴과 총회결의 등의 절차를 통해 사업의 방향을 정한다.

물론 조합원 중에는 조합운영에 불만과 문제를 지적하거나 더 나아가 조합 임원을 상대로 직무집행정지가 처분신청을 제기하거나 형사고소를 하는 사람도 있다. 이 경우 조합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부득이 이사회, 대의원회 등을 거쳐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을 지출하게 된다.

여기서 잠시 생각해 볼 부분은, 조합 임원을 상대로 한 사건의 법무법인의 비용을 조합이 부담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조합과 조합 임원은 엄연히 법인격이 다르므로, 조합이 제3자인 조합 임원의 비용을 부담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고, 조합 임원은 형식적 당사자일 뿐 실질적 당사자는 조합이며 위 사건은 조합의 사무로 보아야 하므로 조합이 당연히 위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대법원은 위 문제에 대한 기준을 “원칙적으로 단체의 비용으로 지출할 수 있는 변호사 선임료는 단체 자체가 소송당사자가 된 경우에 한하므로 단체의 대표자 개인이 당사자가 된 민·형사사건의 변호사 비용은 단체의 비용으로 지출할 수 없고, 예외적으로 분쟁에 대한 실질적인 이해관계는 단체에게 있으나 법적인 이유로 그 대표자의 지위에 있는 개인이 소송 기타 법적 절차의 당사자가 되었다거나 대표자로서 단체를 위해 적법하게 행한 직무행위 또는 대표자의 지위에 있음으로 말미암아 의무적으로 행한 행위 등과 관련하여 분쟁이 발생한 경우와 같이, 당해 법적 분쟁이 단체와 업무적인 관련이 깊고 당시의 제반 사정에 비추어 단체의 이익을 위하여 소송을 수행하거나 고소에 대응하여야 할 특별한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단체의 비용으로 변호사 선임료를 지출할 수 있다(대법원 2006.10.26. 선고 2004도6280 판결, 대법원 2009.9.24. 선고 2009도3982 판결 등 참조)”고 판시하였다.

그리고 실제 조합 이사의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사건의 비용을 조합이 부담한 사안에서, 가처분이 결정된 경우 당해 법인의 업무를 수행하는 이사의 직무집행이 정지당함으로써 사실상 법인의 업무수행에 지장을 받게 될 것은 명백하므로 조합으로서는 그 이사 자격의 부존재가 객관적으로 명백하여 항쟁의 여지가 없는 경우가 아닌 한, 위 가처분에 대항하여 항쟁할 필요가 있다고 하여, 조합의 경비를 횡령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09.3.12. 선고 2008도10826 판결).

이와 반대로 재건축조합이 조합장 개인 명의의 손해배상청구소송과 형사사건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을 부담한 사안에서는, 위 행위가 횡령죄에 해당하고 이사회 및 대의원회 의결을 받았다고 해도 횡령죄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2006.10.6. 선고 2004도6280 판결).

위 판시사항 중 ‘분쟁에 대한 실질적인 이해관계’ 등의 판단이 어려워 개별 사안마다 비용지출 여부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다만, 판례 법리에 비추어보면 조합 임원의 직무가 적법한 이상 직무집행정지가처분신청 등의 민사사건은 조합이 그 비용을 부담할 수 있지만, 형사사건은 부담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특히 이사회 및 대의원회 의결을 받았다고 해도 횡령죄가 성립되는 점은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