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ey Point ]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하면 돈을 번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허물어져 가는 아파트나 단독주택을 부수고 새로 지어서 이익이 발생한다는 것이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기존 건축물을 부수고 새로 지으려면 당연히 많이 돈이 들어가는 것이 정상일텐데, 오히려 돈을 번다고 하니 잘 믿을 수가 없습니다. 가능한 이야기인가요?

♣ 준비위원장의 노력

“사모님 안녕하세요?”

오래간만에 친구들을 만나 찜질방에서 온 몸이 노근 노근하게 될 정도로 피로를 풀고 집으로 돌아오던 고 여사는 아파트 단지 안에서 어떤 남자의 인사를 받으면서 그 남자가 건네주는 명함을 받아 들었다.

“아, 예……. 그런데 누구세요?”

인사를 하면서 그 사람을 보니 어깨부터 허리까지 국회의원 선거 때나 볼 수 있는 홍보용 띠를 두르고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 띠에는 “○○ 아파트 재건축 준비위원회”라는 글이 쓰여 있었다.

[추진위원회를 결성하기 위하여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모습]
[추진위원회를 결성하기 위하여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모습]

“저는 우리 아파트 단지의 재건축을 위하여 힘쓰고 있는 김○○라고 합니다. 재건축을 하려면 추진위원회라는 것을 만들어야 하는데, 제가 그 추진위원회를 설립하기 위한 준비위원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네~, 그러세요! 저도 지난번에 아파트단지 입구에 「추진위원회 구성동의서 징구 중」이라는 현수막을 본 적이 있기 때문에 ‘우리 아파트단지도 재건축을 시작하는가 보다’ 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네, 역시 그러시군요. 제가 ‘척’ 보니 사모님은 역시 다른 분 보다 더 재건축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계시고, 또 재테크에도 밝으실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요즈음 여러 사람을 만나보지만 우리단지가 재건축을 처음 하다 보니, 재건축에 관하여 관심을 가지고 계시는 분을 만나기가 쉽지가 않았는데, 정말로 반갑습니다.”

그러면서 준비위원장은 고 여사에게 어떤 서류봉투를 건네주면서 ‘이것을 잘 읽어보시고 동의서를 작성해 제출해 주시기 바랍니다.’고 말을 하였다.

“이 서류가 무엇이에요?”

“재건축을 하려면 추진위원회라는 것을 먼저 만들어 관할관청으로부터 구성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그 구성승인을 받기 위한 구성동의서입니다. 며칠 전에 이 동의서 및 이와 관련된 서류들을 A4 봉투에 넣어서 집집마다 우편함에 넣었는데 아직 못 보셨는가요?”

“아! 지난번에 집에 들어가다가 보니 집집마다 우편함에 봉투가 꽂혀 있던데 그 것인가요?”

[추진위원회구성동의서를 받기 위하여 집집마다 동의서를 배포하고 있다.]
[추진위원회구성동의서를 받기 위하여 집집마다 동의서를 배포하고 있다.]

“예! 바로 그 서류입니다. 역시 그 서류를 받아 보셨군요!”

고 여사는 순간 약간 난처한 표정을 혼자 지었다.

“아……. 그 서류 말이에요? 집집마다 우편함에 꽂혀져 있기에, 무슨 광고 전단지인가 생각하고 뜯어보지도 않고 바로 버렸는데요?”

순간 김 준비위원장도 약간 당황하면서, “괜찮습니다. 여기 새로 그 서류를 드릴 테니 집에 돌아가셔서 천천히 잘 읽어보시고 꼭 동의서를 제출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고 말했다.

그 서류를 들고 집으로 들어온 고 여사는 봉투를 뜯어서 자세하게 읽어보기 시작하였다. 그 서류봉투에는 다음과 같은 서류들이 들어 있었다.

◦안내문 : 주민들께 드리는 말씀

◦우리 단지의 정비계획내용

◦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 구성동의서

◦정비사업진행절차도

◦인근 지역의 정비사업 관련 신문기사

먼저 “주민들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문서에는 우리 아파트 단지가 재건축을 하여야 하는 필요성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이 되어 있었다.


주민들께 드리는 말씀

◦아파트가 너무 낡아 수도배관에는 녹물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이 부분은 재건축이 되지 않는 이상 수도배관만을 위한 공사는 불가능하다. 우리가 계속 녹물을 먹고 살아야 할 것인가? 우리 자녀들은 녹물세대 밖에 될 수 없는 것인가?

◦아파트 전기배선도 낡아서 합선이 자주 발생하고, 베란다 새시도 녹물이 흘러내려 아파트 벽면을 색칠하더라도 금방 녹물이 배 버린다. 그리고 비가 오면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적인 여건이 나아지면서 집집마다 자동차를 소유하게 되었고, 이로 인하여 우리 아파트 단지는 현재 2중 주차를 하고 있으며 심지어 3중 주차를 할 수 밖에 없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이렇게 힘들게 주차난을 겪으면서 살아야 하는가?

◦아파트 집집마다 화장실이 1개밖에 없어서 아침마다 가족들이 출근시간만 되면 1개 밖에 없는 화장실을 사용하느라고 난리 법석이 벌어진다.

“아빠, 빨리 나와요. 나 학교 지각한다 말이야.”, “영숙아, 빨리 나와. 나 설사 났어.”

◦아침마다 이렇게 화장실에 들어간 사람에게 하소연하면서 살아야겠으며, 또 화장실에 들어가서 시원하게 볼일도 제대로 한번 못 보면서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만 하겠는가? 또 화장실은 좁아서 샤워만 할 수 있지 욕조도 없는 집이 얼마나 많이 있는가?

◦이러한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하여 우리는 이 낡은 아파트를 허물고 새로 지어야 하며, 우리가 그동안 많은 언론에서 접한 바와 같이 재건축을 하면 집값이 상승하여 경제적으로도 많은 이익을 볼 수가 있다.

따라서 “새 집 짓고 돈도 벌기” 위하여

우리 재건축 합시다!


 

그리고 위 내용 이외에 인근 지역에서 재건축(재개발)을 하여서 얼마를 벌었다는 등의 기사를 가득 싣고서는, 마지막으로 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 구성동의서라는 문서에 서명한 뒤 지장을 찍고, 주민등록증을 복사한 뒤 첨부하여(2012. 8.2.이전에는 인감도장을 찍고 인감증명서를 첨부하였음) 준비위원회 사무실로 우편으로 보내거나 직접 제출해 달라고 되어 있었다.

고 여사는 우리가 재건축을 할 필요성과 그동안의 불편함을 호소한 위의 내용에 속으로 맞장구를 치면서 읽었고, 인근 지역에서 재건축(재개발)을 하여 얼마를 벌었다는 기사를 보면서 드디어 “꿈은 이루어진다! (Dreams Come True)” 라고 속으로 좋아하고 있었는데, 주민등록증을 복사하여 달라는 말에는 그냥 인상이 찌푸려졌다.

“아니 내가 그 사람들을 어떻게 믿고 내 주민등록증을 복사를 해줘? 그러다가 신상정보가 다 공개되어 버리면 어떻게 하지? 불안한데”

이렇게 생각을 하면서 동의서 양식의 내용을 보니 별 내용도 없었다. 가장 관심사가 될 수가 있는 조합원분담금의 내용조차도 없이 그냥 글자로만 잔뜩 기재되어 있었다. 즉, 재건축을 하게 되면 내가 얼마를 내어야 하고 어떤 평수를 받을 수 있는지가 가장 큰 관심사인데, 추진위원회구성동의서 양식을 보니까 그 점에 관하여는 아무 기재도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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