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ey Point ]

◯ 고 여사는 지은 지 30년 된 서울의 A아파트 59㎡(17평형) 1채를 소유하면서 그곳에 살고 있다.

◯ 5년 전에 새롭게 집을 마련하면서 새 아파트를 구입하지 않고 왜 하필이면 25년이나 된 낡은 아파트를 구입하였을까요?

◯ 고 여사가 말하는 ‘황금의 U턴 이론’ 이란?

♣ 우리 동네도 재건축(재개발)을 한답니다!

“여보, 여보, 여보!”

저녁식사 준비를 위하여 시장을 갔던 고 여사는 헐레벌떡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남편을 다급하게 불렀다.

“왜~?”

“기다리고 기다리던 일이 드디어 시작 되었어요~ 우리 이제 부자 됐어요! 진짜야 ~”

TV앞에 앉아 KT와 한화의 프로야구경기를 보면서 한화를 응원하던 남편은 고 여사가 하는 말을 흘려듣고는 별 대수롭지 않게 대꾸하였다.

4:3으로 한화가 이기고 있는 상황인데 KT가 9회에 1아웃에 1루 주자가 있어 큰 것 한방이면 역전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니 그런데 한화의 하주석 선수가 정말로 멋진 수비를 하고 그 다음에 바로 1루에 송구하여 병살타를 잡아내어 경기를 끝내는 것 아닌가?

“역시~ 하주석 멋져버려, 파이팅~.”

“아이〜 여보, 그렇게 말하지 말고~, 진짜! 우리 집값 오르게 생겼다니까요〜 그동안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던 일이 드디어 시작 되었다니까요~” 라고 말하며 고 여사는 남편 옆에 가서 남편을 흔들었다.

그제야 남편은 흥분이 가신 뒤에, 고 여사를 제대로 바라보면서 무슨 일인지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아니 도대체 무슨 일인데 그리 호들갑을 떨어?”

“제가요~ 시장을 갔다 오는데요~, 아파트 입구에 재건축을 한다고 하면서 무슨 추진위원회인가 준비위원회인가 하는 것을 만들었다고 현수막을 걸어 두었더라고요.”

“그래? 그래서? 그게 뭔데?”

“아이 참~ 당신은! 내가 5년 전에 지은 지 25년이나 된 이 집을 살 때에 극구 반대하다가, ‘조금만 참고 살다가 재건축을 하게 되면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말을 듣고 이 집을 사는 것을 당신이 허락하였잖아요? 그렇게 기다렸던 재건축이 드디어 시작을 한다니까요~”

“그래? 5년 전에 내가 그랬기는 하였는데, 그거하고 지금 무슨 준비위원회인가 추진위원회인가 하는 것 하고 무슨 상관인데?”

“하하~ 추진위원회를 만들면 바로 재건축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에요~”

남편은 누워서 TV를 보다가 갑자기 일어나 않으면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5년 전에 이 집을 살 때에 아내와 다퉜던 생각이 문득 나기 시작하였다.

♣ 새집을 포기하고 헌 집을 샀을 때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었어!

5년 전 …….

“여보, 이 집이에요, 이 집!”

고 여사는 새로 이사 가려고 미리 보아 둔 아파트단지에 남편과 함께 갔다.

“뭐? 이 집이야?”

남편은 아파트단지 옆의 도로에서 아내가 새로 이사 갈 집이라고 가리키는 아파트를 바라보면서 놀라며 되물었다.

“예~, 맞아요!”

“아니 당신, 지금 뭐 하는 거야? 정신 나갔어? 이 아파트 지은 지 몇 년이나 되었어?”

평소 좀 채 신경질을 내지 않는 남편이 갑자기 성질을 확 부렸다.

25년이요, 아니, 왜요? 뭐가 잘못되었어요? 왜 갑자기 신경질부터 부려요?”

“됐어! 들어가서 볼 필요도 없어. 지금 당신 눈에 저거 안보여? 아파트 벽면의 페인트가 벌써 다 벗겨지고, 베란다 새시에 녹물이 흘러내리는 것이 안 보이냐는 말이야? 주변에 새 아파트도 많은데 왜 하필이면 지은 지 25년이나 된 이런 낡은 아파트를 사려고 하냐고?”

낡은 모습의 아파트를 보면서 남편이 연거푸 성질을 부렸다.

“도대체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저런 집에서 어떻게 살려고 그러는 거야?”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고 여사가 한마디 했다.

낡긴 했지만 이 아파트를 사 두면 앞으로 분명히 재건축을 할 것이고, 재건축을 하면 집값이 올라가서 돈 벌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하였단 말이에요.”

그러자 남편은 더욱 더 화를 내었다.

“누가 그딴 소리를 해?”

이 분위기에서 물러서면 안 된다고 생각한 고 여사는 용기를 내어 남편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더 크게 말했다.

“아니, 재건축을 하여 얼마 전에 입주한 〇〇아파트의 경우에는 재건축하기 전보다 엄청나게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하고요, 강북에 있는 재개발단지의 경우에는 재개발하기 전보다 집값이 엄청나게 오른 경우도 있다고 하던데요? 슬기네는 재개발 단독주택을 사서 지금 엄청나게 가격이 올랐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내 친구가 재건축을 한 그 아파트에 살았는데, 그 친구가 그 당시 20년이 넘은 그 아파트를 살 때에 우리는 지은 지 3년 밖에 안 되었던 아파트를 사서 지금까지 살고 있는데, 현재까지 한 푼도 오르지 않았잖아요? 그 때에도 당신이 그랬어요! ‘아니 당신 친구는 왜 새 아파트 놔두고 그렇게 헌 아파트에 들어가서 살아? 집을 사려면 제대로 사야지~ 놔 원 참!…….’ 그런데 우리 집은 그동안 별로 안 올랐는데 내 친구 아파트는 엄청나게 많이 올랐더라고요. 지난 번 친구 모임 때 갔더니 그 친구가 수억 원을 벌었다고 자랑을 하는데, 내 정말 배가 아파서 죽을 뻔 했거든요……. 수억 원이면 당신 월급을 한 푼도 안 쓰고 전부 저축하여도 최소한 10년은 모아야 되는 큰돈이란 말이에요.”

어렵게 고민하고 또 고민하여서 이 집을 사려고 결정을 한 것인데, 아파트를 보여주자 마자 남편으로부터 야단을 맞은 고 여사는 순간적으로 눈물이 핑 돌면서 그동안 상하였던 자존심이 튀어나와 이를 악물며 결사적으로 말했다. 그런데 위로를 해 줄줄 알았던 남편이 이럴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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