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은 물권편 제6장에 전세권에 관하여 규정하고, 채권편 제2장 제7절에 임대차에 대해 규정한다. 전세권이나 임대차나 모두 다른 사람의 물건을 사용수익하기 위해 설정하는 법률관계라는 공통점이 있다.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여 보증금 또는 월세를 지급하면서 목적물을 사용수익하는 것을 흔히 ‘전세’라고 부른다. 양자는 큰 차이가 있음에도 우리 사회는 엄밀히 구분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계약을 체결하고 보증금을 주고 실제로 사용수익하는 데서 나아가 전세권설정 등기까지 마쳐야 ‘전세’라고 부를 수 있다. 같은 내용이라도 등기를 하지 않기로 한 경우에는 ‘전세’라고 부를 수 없다. 전세권은 등기를 함으로써 우선변제권이 인정된다. 그래서 전세권은 용익물권이자 담보물권이다. 임대차는 특별법인 임대차보호법에 의해 우선변제권이 제한적으로 인정될 뿐이다.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나아가 등기까지 한 경우에는 세든 사람은 임차권자 지위와 전세권자 지위를 함께 가진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전세권설정등기를 마친 경우에도 소액임차인으로 우선보호를 받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세든 사람을 두텁게 보호하기 위해서 임대차와 전세의 실질을 모두 가진 것으로 본다.

정리해서 전세권에 대해 설명하면 이렇다. 전세권자가 목적물을 사용수익하는 대신 전세권설정자에게 전세금(보증금)을 지급하고 이 돈을 우선적으로 변제받기 위한 권리로 등기를 하여야 성립된다.

가끔은 채권담보를 목적으로 전세계약서를 쓰고 나아가 전세권설정등기까지 하는 경우를 본다. 주택이나 상가를 소유한 사람(전세권설정자)이 타인(채권자, 전세권자)으로부터 돈을 빌리고 차용금 담보를 위해 전세계약서를 쓰고 전세권설정등기를 하는 경우다. 주택이나 상가는 전세권설정자가 직접 사용수익하거나 그가 임대를 하여 제3자로 하여금 사용수익하게 하는 경우다. 차용금이 변제되어야 전세권설정등기를 말소해 주고, 변제기까지 차용금을 변제하지 않으면 전세권에 기해 경매를 신청을 한다고 약정한다.

법리적으로 보자면 전세권은 무효다. 전세권설정계약의 당사자가 전세권의 핵심인 사용·수익 권능을 배제하고 채권담보만을 위해 전세권을 설정하였다면, 법률이 정하지 않은 새로운 내용의 전세권을 창설하는 것으로서 물권법정주의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고 이러한 전세권설정등기는 무효라고 본다.

유사한 경우에 무효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주로 채권담보 목적으로 전세권을 설정하고 설정과 동시에 목적물을 인도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장차 전세권자가 목적물을 사용·수익하는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면, 전세권의 효력을 부인할 수는 없다.

예를 들면 전세권설정자가 건물신축 공사를 공사업자에게 도급주면서 공사대금은 후일 공사업자가 제3자에게 세를 놓고 그 보증금으로 공사대금으로 충당하기로 하고 이와 관련된 일체의 권한을 공사업자에게 부여한 경우, 공사업자가 일부를 제3자에게 임대하고 일부를 모자라는 공사대금 담보를 위해 전세권설정등기를 한 경우다. 이 경우 판례는 공사업자에 의한 목적물의 사용수익이 배제된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고 보았다. 전세권설정등기는 유효하다는 것이다.

세상사 모두 사안에 따라 결론이 갈린다. ‘케바케’로 결론이 날 것이지만 신중한 검토를 통해 어떤 법률관계를 맺을지를 결정해야 후환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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