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은 수백억 원에서 수조 원까지 지출되는 대형 프로젝트사업이다. 정비사업은 건축 이외 설계, 행정, 감정평가, 철거, 법률, 세금, 회계 등 여러 분야의 용역이 집약된 작품이다. 그렇기에 지휘자인 조합은 정비사업을 위해 매우 다양한 분야의 업체와 계약을 체결한다.

과거부터 계약을 둘러싼 여러 법률문제가 있었으며 그 결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에서는 계약 체결에 매우 엄격한 절차를 규정하게 되었다. 이를 살펴보면, 조합은 공사, 용역, 물품구매 및 제조 등 분야를 막론하고 모든 분야의 계약을 체결할 때, 원칙적으로 일반경쟁입찰의 방법에 따라야 한다(제29조제1항). 여기에서 일정 규모를 초과하는 계약 체결은 소위 나라장터라 지칭되는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을 이용하여야 한다. 예외적으로 입찰 참가자를 지명하여 경쟁에 부치거나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데, 그 사유는 시행령 제24조제1항 등에서 명확히 정하고 있으며, 기타 세부적인 방법과 절차 등에 대해서는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국토교통부 고시 제2020-1182호)에서 정하고 있다.

다음으로 조합이 체결하는 계약 중 가장 중요한 계약이 바로 시공자와의 계약이다. 계약 금액도 가장 크며 조합원들도 가장 관심을 가지는 계약이다. 시공자는 반드시 건설업자 또는 등록사업자의 지위에 있어야 하고 조합설립인가 이전에 미리 정할 수 없으며, 반드시 조합 총회에서 경쟁입찰의 방법으로 선정하여야 한다(제29조제4항). 다만, 2회 이상 경쟁입찰이 유찰된 경우에는 수의계약도 가능하다.

다른 한편으로 주목해야 하는 절차는 바로 총회와 대의원회의 의결이다. 도시정비법에서는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에게 부담이 되는 계약, 시공자·설계자 및 감정평가법인등의 선정 및 변경,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선정 및 변경을 총회의 의결 사항으로 정하고(제45조제1항), 그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이를 위반한 조합임원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을 둔다.

그리고 표준정관에서는 총회 의결로 정한 예산의 범위내에서의 용역계약은 대의원회의 의결사항으로 정하고 있다. 이를 풀이하면 시공자·설계자, 감정평가법인등,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와의 계약 및 예산의 범위를 벗어나는 계약은 조합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총회의 의결을 거쳐 그 외 계약은 대의원회 의결을 거쳐 체결해야 한다. 물론, 대의원회 의결은 예산의 범위 내에 있어야 한다.

만약, 총회 의결 없이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을 체결할 경우, 그 계약의 효력은 어떻게 될까. 대법원은 관련 규정의 취지를 조합원들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대하여 조합원들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절차적 보장을 하기 위한 것으로 보면서 위 경우의 계약은 그 계약 상대방이 그러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무효라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1.4.28. 선고 2010다105112 판결 등 참조).

이처럼 적법성이 결여된 계약 체결은 이를 둘러싼 법적 분쟁을 발생시킬 뿐만 아니라, 사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정비사업에서 계약 체결은 반드시 적법한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 아울러, 총회의 권한으로 규정한 계약 체결은 대의원회에서 대신할 수 없다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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