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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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이도주공1단지가 조합설립 과정에서 토지 소유자수를 늘리는 편법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조합설립인가 무효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제주시와 조합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심을 제기한 상태다.

제주지방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김현룡)는 지난달 7일 제주시장을 상대로 한 “조합설립인가처분 무효확인 및 취소 청구의 소”에서 조합설립인가처분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도주공1단지는 지난 2017년 5월 정비구역이 지정·고시됨에 따라 같은 해 8월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조합설립 절차에 착수했다. 당시 정비구역에는 주택단지가 아닌 지역(비주택단지)에 일부 소유자가 동의하지 않아 조합설립에 난항을 겪었다.

이에 따라 한 소유자는 자신의 토지와 건축물을 가족 4명에게 증여하고, 소유권 이전등기까지 마쳤다. 이후 해당 소유자들은 조합설립에 동의하는 대신 상가 90평과 아파트 7세대(85㎡ 세대·59㎡ 2세대)를 부담금 없이 무상제공받기로 조합과 합의했다.

이를 통해 조합설립동의율을 확보하게 된 추진위는 지난 2018년 12월 조합설립을 신청했고, 제주시는 비주택단지의 법적 동의비율이 충족됐다고 판단해 조합설립인가를 고시했다.

하지만 한 소유자가 비주택단지의 조합설립 동의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이유로 조합설립인가 무효를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조합설립의 동의 요건을 충족시킬 목적으로 토지를 공유·소유한 사람은 동의자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유대표자 1인만을 토지등소유자로 인정하는 이유는 재건축조합 설립과 같이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경우 편법 또는 탈법적인 방법으로 토지등소유자의 수를 증가시켜 동의 요건을 충족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라며 “오직 조합설립의 동의 요건을 충족시킬 목적으로 지분 분할, 증여 등의 방식을 통해 형식상 토지의 공유자 내지 소유자가 된 자는 토지등소유자의 수와 동의자 수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 증여 및 소유권 이전등기는 도시정비법에서 정하는 재건축조합설립 동의요건을 잠탈하기 위한 편법 내지 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증여로 토지등소유자가 된 4명을 제외할 경우 비주택단지의 동의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조합설립인가처분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에 대해 재판부가 법령을 확대해석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조합의 편법·탈법적인 방법을 사용한 것은 맞지만,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한 법률 전문가는 “조합설립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주택 등을 공급하는 합의는 법률적으로도 불가능하고,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조합설립인가 처분 자체에 대한 무효를 따지기 위한 법률적 기준은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의율을 확보하기 위해 소유자를 늘리긴 했지만, 매매나 증여 등이 제한되어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편법을 이용하긴 했지만, 법령을 위반한 것이 아닌 만큼 조합설립인가를 무효로 판단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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