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을 운영하다 보면 조합원이 제기한 소송의 소장을 받을 때가 있다. 조합원은 자신의 토지 또는 건축물을 정비사업에 제공하는 대신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완공되는 건축물을 분양받는 자로 ‘사업시행자에 준하는 지위’를 가진다. 현금청산자야 그렇다 쳐도, 조합과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조합원이 왜 피아식별없이 조합에 손해가 되는 소송을 제기하는지 모르겠다며, 이런 괘씸한 조합원은 그대로 놔두면 안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이다.

 

▲조합원 제명 가능할까?=단체가 구성원에게 가장 강력한 제재는 구성원 자격을 박탈하는 것이다. 도시정비법은 ‘조합원의 제명·탈퇴 및 교체’에 관한 사항을 정관으로 정할 수 있도록 했고, 많은 조합이 국토교통부 재건축 표준정관에 따라 “조합원으로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 및 의무불이행 등으로 조합에 막대한 손해를 입힌 경우 총회의 의결에 따라 조합원을 제명할 수 있다”는 정관규정을 두고 있다. 강제가입제를 취하고 있는 재개발조합이 위와 같은 정관을 둘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긴 하지만 법률상 제한이 없는 이상 금지된다고 볼 아무런 근거가 없다.

다만 대법원은 “제명이 조합원의 의사에 반하여 그 조합원 지위를 박탈하는 제재인 만큼 그 조합원의 행위가 단체의 목적 달성을 어렵게 하거나 제명이 불가피할 정도로 단체 구성원의 공동이익을 해하는 경우에 최종적인 수단으로서만 인정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고, 조합원이 조합 운영상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단체 구성원의 정당한 권리행사로 볼 수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조합을 상대로 조합에 손해가 되는 소송을 제기했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조합원을 제명하는 총회 결의를 하는 경우 그 결의는 위법한 것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조합이 위법한 조합원 제명결의를 하고 해당 조합원이 분양받아야 할 아파트를 일반분양한 것에 대하여 조합의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한 사례가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소송제기자 명단 공개는?=조합에서 다음으로 많이 떠올리는 방법은 조합 소식지, 홈페이지 등에 소송제기자 명단을 공개하여 자발적인 소 취하를 유도하는 방법이다. 소송을 제기한 조합원들을 공공의 적으로 만들어 동네에서 고개를 들고 다니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인데, 이 방법은 조합임원의 형사처벌 위험이 따른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조합이 홈페이지에 소송을 제기한 조합원들의 이름·주소가 기재된 소장 사본을 게시한 사안에서 조합임원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을 인정하고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조합은 위 사안에서 도시정비법상 조합이 소송당사자가 된 소송서류를 공개할 의무가 있는 점, 조합원들의 알 권리를 위한 것인 점을 들어 소장 공개가 정당한 직무행위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합이 소송제기자 명단을 공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공익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고, 설사 그러한 공익이 있더라도 조합원들의 개인정보를 비실명화처리하는 방법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취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역시 동일한 논리로, 소송을 제기한 조합원들의 인적사항이 기재된 판결문을 여과없이 공개한 조합임원에게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현실적으로 조합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소송에서 이긴 후 조합이 지출한 소송비용을 물게 하는 것 정도다. 패소한 조합원이 물어야 하는 소송비용은 법원의 결정을 통해 정해지는데 그 금액이 많게는 1,000만원 이상일 때도 있어 의외로 실질적인 압박이 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법원 결정에도 불구하고 소송비용을 납부하지 않는 경우 조합은 해당 조합원이 소유하는 구역 내 토지·건축물에 대해 강제경매를 신청하여 사실상 조합원 제명과 유사한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