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이후 구역지정을 통과한 138개 재건축의 평균 사업기간은 10년 2개월이나 된다. 정비구역 지정부터 준공까지 소위 강산이 변하는 시기를 보내야 가능했다는 것이다. 재건축사업은 주민들의 재산이 걸린 문제인 만큼 각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주장하게 마련이다. 한 단지 내에서도 자신이 속한 동에 특혜를 요구하거나, 재산가치를 더 인정해 달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최근 강남에서 무려 3개 단지가 통합재건축에 합의한 곳이 있다. 주인공은 바로 개포경남·현대1차·우성3차 3개 단지 통합재건축이다. 불과 수개월만에 구역지정을 위한 동의율을 모두 70% 이상 확보한 것이다. 나아가 재건축의 사업추진 속도를 높이기 위해 신속통합기획까지 검토하고 있다. 3개 단지의 대통합을 이루기 위해 최일선에서 앞장 선 임병업 추진준비위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임병업 위원장 | 개포 3개 단지 통합재건축 [사진=심민규 기자]
임병업 위원장 | 개포 3개 단지 통합재건축 [사진=심민규 기자]

▲최근 개포경남, 현대1차, 우성3차 등 3개 단지가 통합재건축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동의율 확보에 성공했다. 그동안의 통합 과정은 어떻게 진행됐으며, 현재 구체적인 동의율은 얼마나 되는지


지난 2017년 9월 현대1차아파트 재건축의 예비 추진위원장에 당선될 당시에는 독자적인 재건축을 추진 중이었다. 이후 우성3차 재건축 추진준비위원장을 만나 두 단지의 통합재건축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2017년 10월 두 단지의 통합재건축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경남아파트의 경우에도 단독적으로 재건축을 추진하기보다는 통합재건축을 추진해야 대지의 형상이나 사업계획적인 측면에서도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강연회를 열어 통합재건축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이를 통해 모두 70% 이상의 통합재건축 동의를 받을 수 있었다.

 

개포 3개 단지 통합재건축 그래픽 [그래픽=홍영주 기자]

▲3개 단지 통합재건축으로 약 1,500가구에 달하는 대규모 단지의 재건축이 추진된다. 각각의 단지가 아닌 통합재건축을 추진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지


통합재건축에 따른 장점은 다양하지만, 무엇보다 경제적인 이익이 크다. 각 단지가 단독으로 재건축을 진행하는 것보다 평당 1,500~2,000만원의 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많은 분들이 통합재건축을 희망하시지만, 실제로는 재건축 추진 주체간의 대화가 없다보니 각자 진행됐다. 초기 재건축 당시 현대1차와 경남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어 두 단지의 상황에 대해서는 이해하고 있었다. 더불어 재건축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조해보니 대단지일수록 가치가 상승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통합재건축을 추진하게 됐다. 최근 통합재건축을 위한 법적 동의가 이뤄진 만큼 대규모 단지를 조성하는 초석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각 단지의 특성과 이해관계가 다른 만큼 주민들의 의견을 통일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통합재건축 동의 과정에서 특별히 힘들었던 점은


사실 전문가들도 하나의 단지를 재건축하는 것도 힘든 일인데 3개의 단지를 통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했다. 각자 단지별로 따로 재건축을 진행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도 많았다. 그럼에도 통합재건축을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는 주민들의 재산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힌 소유자들의 동의를 이끌어낸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아파트에 오랫동안 거주하신 분들은 단지에 대한 애정이 강한 만큼 통합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셨다. 특히 3개 단지 중에서 경남아파트의 규모가 가장 크기 때문에 다른 단지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다. 어르신들이 많은 단지의 특성상 이런 소문에 쉽게 동조하셔서 통합재건축 동의를 받는 것이 많이 힘들었다.

 

개포 3개 단지 통합재건축 전경 [사진=네이버 지도 갈무리]
개포 3개 단지 통합재건축 전경 [사진=네이버 지도 갈무리]

▲다른 재건축단지에서 이른바 제자리 재건축이나 독립정산방식을 추진한 사례가 있긴 하지만, 두 방식을 모두 적용한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제자리 재건축과 독립정산방식에 대해 보다 자세하게 설명해주신다면

제자리 재건축은 명칭 그대로 각 단지별로 해당 토지에 지어지는 아파트에 재입주하는 방식이다. 독립정산제는 독립채산제라고도 불리는데 각 단지에서 발생하는 이익과 사용한 비용 등을 해당 소유자들이 정산하는 방법이다. 서초구에서는 신반포18차·24차, 반포래미안 원베일리로 재건축하는 신반포3차·반포경남·신반포23차·우정에쉐르 등이 대표적인 통합재건축단지다. 또 잠실에서는 미성·크로바도 통합재건축을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제자리 재건축 사례는 많지만, 독립정산을 동시에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반포래미안 원베일리가 아마도 첫 사례인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단지도 각 단지별로 소유자들의 주택 가격이나 미래가치가 다른 만큼 제자리 재건축과 독립정산방식을 모두 적용할 예정이다.

 

경남아파트 [사진=네이버 거리뷰 갈무리]
경남아파트 [사진=네이버 거리뷰 갈무리]

▲통합재건축의 최대 장점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통합재건축의 장점은 토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과 대규모 단지 조성에 따른 비용부담 절감, 건설사간의 수주경쟁을 유도해 고품질·저비용을 실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각 단지들이 재건축을 추진할 경우 사선제한이나 동간거리, 일조권 제한 등의 규제로 인해 건설할 수 있는 면적이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통합재건축을 진행하면 3개 단지의 토지를 하나의 필지로 활용할 수 있어 각종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 시공자를 선정할 때도 보다 좋은 조건으로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재건축이 완료된 이후 건설될 아파트에 대형 커뮤니티시설을 조성할 수 있고, 관리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개포우성3차아파트 [사진=네이버 거리뷰 갈무리]
개포우성3차아파트 [사진=네이버 거리뷰 갈무리]

▲향후 사업계획은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


모든 재건축단지가 추구하는 목표는 동일하다고 본다. 재건축 사업기간을 최소화해 소유주의 이익을 늘리는 것이다. 현재 통합재건축을 위한 동의를 완료한 만큼 정비구역 지정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정비구역 지정 신청과 동시에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도 신청하려고 한다. 오세훈 시장이 직접 신속통합기획에 대해 빠른 사업추진과 개발이익 증가를 약속한 만큼 적극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현재 시와 신속통합기획에 대한 설명회나 신청 절차 등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개포현대1차아파트 [사진=네이버 거리뷰 갈무리]
개포현대1차아파트 [사진=네이버 거리뷰 갈무리]

▲주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재건축은 서울시나 강남구의 인허가를 받아 진행하는 사업이다. 이러한 인허가는 소유자들의 동의와 협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일부 소유자가 독자적인 재건축을 주장하거나, 사업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대립이 이어진다면 재건축을 진행할 수 없게 된다. 우리 구역은 이제 막 재건축의 걸음마를 뗀 상태다. 많은 분들이 재건축에 관심을 가지고 의견을 주시는 것에 감사드린다. 다만 현재로서는 모든 것을 확정할 수는 없다는 점을 양해해주길 바란다. 앞으로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정부나 서울시의 정책, 부동산 시장 등을 고려해 최적의 사업계획을 찾게 될 것이다. 주민들의 분열은 재건축을 장기간 지연시키고, 이로 인한 피해는 결국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재건축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작은 욕심보다는 대의를 위해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앞으로도 많은 협조와 지지를 부탁드린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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