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다. 이 과정에서는 정당성이 필요하다. 절차와 규정을 무시한 채 맹목적으로 이윤만 추구하다보면 애꿎은 피해자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바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장 이야기다.

최근 둔촌주공은 일반분양을 앞두고 재건축 지연 우려가 나온다. 현대건설이 주관사인 현대사업단과 조합이 공사비 증액 여부를 두고 이견차를 좁히고 있지 못해서다.

조합은 지난 2016년 현대사업단과 총 공사비 2조7,000억원에 확정지분제로의 변경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약 5년 만에 단지 고급화 등을 이유로 3조2,300억원으로의 증액에 협의한다. 조합은 2019년 총회에서 조건부로 공사비 증액 내용을 가결했다. 조건은 한국감정원(현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공사비 검증을 받아야한다는 점 등이다.

이후 현대사업단은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로 조합원들의 반감을 샀다. 한국감정원에 조합과 조건부로 협의한 공사비 3조2,300억원이 아닌 3조4,870억원으로 검증 받았다. 그리고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 규정을 무시하고, 결과를 조합원들에게 공지하지도 않았다.

그 다음 상황은 ‘기업’으로서의 ‘이윤추구’ 목적에만 더욱 부합하는 행동을 보였다. 전임 조합장과 ‘밀실계약’을 통해 공사비 3조2,300억원으로 계약변경을 체결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연대보증’ 요구도 없었다. 업계에서 이율배반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3조2,300억원이라는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과정에서 공사비 증액에 반대하는 임원들로 인해 연대보증은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했을 수 있다.

현대사업단이 꺼내든 다음 카드는 ‘사업비 중단’ 통보다. 일반분양을 서두르지 않을 경우 사업비를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전임 조합장과의 공사비 변경계약 체결을 인정하라는 셈인데, 조합은 반발하고 있다.

주관사인 현대는 ‘기업=이윤추구 집단’이라는 공식을 가장 잘 이행해서일까. 10대 건설사 중 가장 먼저 4조원에 육박하는 수주고를 기록 중이다. 보도자료를 통해 2년 연속 4조원 돌파를 예고하기도 했다.

이러한 이면에는 현대건설을 믿고 시공자로 선정해줬던 조합원들의 배신감과 고충이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조합원들은 기업이 희생하면서까지 사회에 헌신하라는 강제적 덕목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이윤 추구에 무게 중심을 두면서도 절차와 정당성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기업이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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