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임총회에도 조합원 10%의 직접 참석이 필요할까. 실무에서 종종 맞닥뜨리게 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도시정비법 전면 개정 전후의 법조문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개정 전 도시정비법은 “조합임원의 해임은 제24조에도 불구하고 조합원 10분의 1 이상의 발의로 소집된 총회에서 조합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조합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바로 ‘제24조에도 불구하고’가 문제였다.

도시정비법 24조에는 총회의 소집권한과 요건에 대하여 규정하는 ‘2항’이 있는가 하면, 총회의 직접 참석의무를 규정한 ‘5항’도 있기 때문이다. ‘제24조에도 불구하고’가 24조2항만 배제하는 것인지, 아니면 5항까지 전부 배제하는 것인지가 쟁점이 된 것이다.

이에 대한 하급심의 판단은 갈렸다. 문맥상 총회 소집권한과 요건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24조2항의 특별규정일 뿐 5항의 직접 참석의무까지 배제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 것도 있고, 문언이 ‘제24조에도 불구하고’라고 되어 있으므로 24조2항뿐만 아니라 5항의 직접 참석의무 역시 배제하는 취지라고 본 판례도 있었다.

대법원은 후자의 입장을 취했다. 입법자의 의도에 맞는 해석인지에 대한 논란의 여지를 남기긴 했지만, 어쨌든 대법원 판결로 논의가 일단락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2017년 도시정비법이 전면 개정되면서 해당 부분의 규정이 바뀌었다. 한 조항으로 묶여 있던 내용을 나누어 총회 소집에 관한 내용을 44조에, 의결에 관한 내용을 45조에 규정하였다. 그러면서 24조2항이었던 총회 소집권한에 관한 규정을 44조2항으로, 24조5항이었던 직접 참석에 관한 규정을 45조6항으로 배치하고, ‘제24조에도 불구하고’라는 문구를 ‘제44조제2항에도 불구하고’라고 변경하였다. 문구를 명확히 정비함으로써 논란의 소지를 없앤 것이다.

그러나 입법적으로 해결되었다고 믿었던 것도 잠시. 위 대법원 판례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었다.

이러한 도시정비법 개정 내용이나 취지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위 대법원 판례를 거의 그대로 ‘복사하기+붙여넣기’한 몇몇 하급심 판례가 나온 것이다.

아무리 법문이 바뀌었어도 대법원에서 정리해 준 결론을 하급심에서 변경시키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것은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판결이 한 번 나오면, 이것이 다시 상급심에서 정리되기 전까지는 ‘판례의 입장’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같은 쟁점이 걸린 다른 소송에 지대한 영향을 주게 된다는 것.

해임총회의 효력을 다투는 소송에서, 이런 판결을 들고나와 “도시정비법 개정 이후에도 해임총회에는 직접 참석이 필요 없다”고 우기는 변호사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그들의 주장은, 위 대법원 판례가 해임을 용이하게 하려는 취지에서 해임총회에는 직접 참석이 필요 없다고 본 것이고 도시정비법 개정 전후로 달라진 사정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명시적으로 법문이 개정된 것보다 더 큰 사정변경이 있을 수 있겠는가.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최근 서울고등법원에서 “개정된 도시정비법의 문언상, 총회소집과 의결에 관한 규정 전부를 배제하였던 종전과 달리 총회소집 요건에 관한 44조2항만을 배제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재판부는 위 대법원 판례를 그대로 인용한 1심 판결을 취소하면서 도시정비법이 전면 개정된 이상 그 대법원 판례는 적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법문의 개정 취지나 배경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이 돋보이는 판결이다. 대법원의 판단 없이 확정된 것은 아쉽지만 ‘도시정비법 개정 이후에도 해임총회에는 직접 참석이 필요 없는지’ 하는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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