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님, 소송의 예측불가능성, 긴급성과 무관하게 소송은 수의계약으로 위임하실 수 있습니다.”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동안 조합은 셀 수 없이 많은 소송을 겪게 된다. 이해관계가 각기 다른 조합원들이 하나의 조합을 구성하여 정비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각 사업단계를 밟을 때마다 덤덤한 마음으로 예상되는 소송을 기다려야 하는게 현실이다.

특히 조합설립인가, 사업시행계획인가, 관리처분계획인가와 관련한 분쟁들은 정비사업의 명운과 직결되는 경우가 많고, 시공자 선정과 관련한 분쟁들은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대형 건설사들이 기업의 사활을 걸고 분쟁을 제기하는 경우들이 많아 자연스럽게 고액의 소송비용이 투입되기도 한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29조제1항 본문은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조합이 협력업체를 선정할 때에 일반경쟁입찰의 방법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다만, 시행령에서 수의계약이 가능한 경우를 나열하고 있는데,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24조제1항제2호 라목은 ‘추정가격 5,000만원 이하인 물품의 제조·구매·용역, 그 밖의 계약인 경우’를, 동호 마목은 ‘소송, 재난복구 등 예측하지 못한 긴급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하여 경쟁에 부칠 여유가 없는 경우’에 수의계약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법무법인과 소송 위임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금액이 5,000만원이 넘을 경우에도 소송의 종류나 내용, 사안의 급박함과 무관하게 수의계약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을까.

소위 비대위 소속 조합원들이 조합장의 도시정비법 위반행위를 지적할 때 조합이 수의계약으로 체결한 5,000만원이 넘는 변호사 위임계약을 문제삼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그러나 소송 위임계약의 경우 5,000만원이 넘는 규모로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수의계약으로 진행이 가능하다.

앞서 언급한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24조제1항제2호는 ‘소송, 재난복구 등 예측하지 못한 긴급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하여 경쟁에 부칠 여유가 없는 경우’를 수의계약 대상으로 규정하는데, 위 규정을 두고 비대위측에서는 소송 위임계약을 하더라도 그 소송이 긴급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어야만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한다.

그러나, 위 규정의 문언을 정확히 해석해보면 ‘소송, 재난복구’는 그 자체로 예측하지 못한 긴급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하여 경쟁에 부칠 여유가 없는 사안에 해당함을 알 수 있다. 물론 재난복구가 무엇인지에 대하여 도시정비법이 따로 규율하지는 않기 때문에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등과 조화롭게 해석할 필요가 있겠으나, 소송이 무엇인지에 대하여는 특별한 규정이 없더라도, 법원에 제기된 조합이 당사자인 각종 민사(가처분 사건 포함), 행정, 또는 형사사건(조합이 직접 당사자인 형사사건은 상정하기 어려우나, 조합이 실질적 이해관계인 사건이라면 조합의 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이 예외적으로 가능한 바, 이 경우에는 조합이 당사자라 볼 수 있다)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서도 5,000만원이 넘는 변호사 소송위임계약을 수의계약 방식으로 체결한 것에 혐의없음 처분을 내린바 있다(2021형제). 따라서 조합은 총회 예산결의를 통해 소송비용 항목을 확보하였다면, 별도의 총회 결의 없이 수의계약으로 소송위임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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