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에 따른 ‘정당한 보상’은 완전한 보상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당해 사업으로 인한 개발이익 또는 손실은 보상에서 제외된다. 피수용자에게 공익사업으로 인한 손해도 입히지 않겠지만, 반대로 공익사업으로 인한 부당한 혜택도 주지 않겠다는 것이 토지보상의 대원칙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개발이익 배제원칙은 형평의 관념에 기반하고 있다. ‘개발이익’은 당해 공공사업의 시행으로 비로소 발생하는 것이므로 수용되는 토지가 갖는 객관적 가치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고, 따라서 토지소유자에게 귀속될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자연녹지지역에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데, 그 일대가 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되었다. 그러면 정비사업 진행 과정에서 자연녹지지역이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되고, 사업시행자는 보상금을 주고 내 토지를 수용하게 된다. 이때 보상금은 원래대로 자연녹지지역을 기준으로 평가해야 할까. 아니면 일반주거지역을 기준으로 평가해야 할까.

이런 경우는 명확하다. 토지보상법 시행규칙에서 ‘당해 공익사업의 시행을 직접 목적으로 하여 용도지역이 변경된 경우에는 변경되기 전의 용도지역으로 평가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용도변경 전인 자연녹지지역을 기준으로 평가하면 된다.

난이도를 조금 높여 보자. 만약 위 예에서 정비사업 진행에 따라 자연녹지지역이 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 되기 직전에 행정청이 정비사업이 아닌 다른 목적, 예컨대 ‘용도지역을 실제에 맞게 현실화’한다는 이유를 들어 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을 하였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경우는 당해 사업을 직접 목적으로 하여 용도지역이 변경된 경우라고 볼 수 있을까.

‘직접 목적’으로 한다는 것의 의미를 아주 형식적으로 해석하면, 용도지역을 실제에 맞게 변경한다는 것은 정비사업의 진행과 무관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런 해석은 토지보상법의 취지를 완전히 몰각시킬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토지가 정비구역으로 지정되었다는 것은, 곧 그 땅에 아파트가 들어설 것이므로 정비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토지의 용도가 일반주거지역으로 상향될 예정임을 뜻한다. 그런데 ‘용도지역 현실화’라는 사업 진행 도중 끼어든 우연한 사정 때문에 개발이익이나 개발손실을 배제할 수 있다면, 토지보상법의 원칙은 있으나 마나 한 것이 된다.

예컨대, 이미 정비구역이 지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누군가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다른 이유를 들어 용도지역을 상향한 경우라면, 얼마나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하겠는가. 행정청이 누군가에게 그런 특혜를 주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개발이익 배제원칙을 간단히 날려버릴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따라서 ‘당해 공익사업을 직접 목적으로 용도변경을 하였는지’는, 용도변경을 하게 된 행정청의 목적이나 의도와 같은 주관적인 사정이 아닌, ‘사업내용의 동질성’이라는 객관적인 기준에 의해 판단하여야 한다. 사업내용의 동질성이란, 당해 공익사업과 용도변경이 같은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해 당해 공익사업이 진행될 경우 당연히 그 과정에서 그러한 용도변경을 예정하고 있다면, 사업내용이 동질하므로 당해 공익사업을 직접 목적으로 용도변경을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법원도, 공원조성사업 시행 중 행정청이 용도지역을 실제에 맞추기 위해 일반주거지역을 자연녹지지역으로 변경한 것에 대해, 당해 공익사업을 직접 목적으로 행하여진 용도변경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개발이익(손실)을 배제하는 법의 취지와 그 바탕에 흐르는 형평의 관념에 비추어 볼 때 합당한 해석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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