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정비법의 적용을 받는 통상적인 재건축·재개발사업의 경우 상가임대차법이 문제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관리처분인가 고시가 있으면 사업구역 내 상가건물의 세입자들은 더 이상 상가건물을 사용·수익할 수 없기 때문에 상가임대차법이 정하는 임대차 보장기간은 무의미하다.

그러나 도시정비법에 의하지 않는 각종 사업들, 예를 들어 주택법에 의한 리모델링사업, 집합건물법에 의한 상가재건축, 민간임대주택법에 의한 역세권 청년주택사업, 1인이 구역 내 다른 토지등을 모두 매집하여 진행하는 개발사업 등의 경우에는 도시정비법과 같은 강력한 사용·수익권 중지 조항이 없어 상가세입자들에게 임대차계약 종료에 기해 건물명도를 구해야 한다.

이때 상가세입자가 임대차 보장기간이 남아 있음을 이유로 임대차계약의 갱신을 요구한다면 사업진행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으므로 상가임대차법상 임대차 보장기간이 얼마인지 여부는 중요한 문제다.

종전 상가임대차법은 상가임차인의 갱신요구권을 최초 임대차기간을 포함하여 총 5년까지만 보장해 주었다. 상가임차인의 안정적인 영업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분위기에 따라 갱신요구권 보장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으로 상가임대차법이 개정되었고 2018.10.16.부터 시행되었다.

10년의 갱신요구권 조항은 개정법 시행 후 최초로 체결되거나 갱신되는 임대차부터 적용하는데(부칙 제2조), 2018.10.16. 이후 새로이 체결된 상가임대차계약부터 개정법이 적용되어 총 10년의 임대차기간이 보장된다는 점에는 의문이 여지가 없다.

그런데 ‘개정법 시행 후 갱신되는 임대차’의 해석과 관련하여 2018.10.16. 이전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개정법 시행 당시 존속하고 있는 모든 임대차계약이 ‘개정법 시행 후 갱신되는 임대차’에 해당하여 개정법이 적용되는지 아니면 구법이 적용되는지 논란이 있었다. 임대차 보장기간이 5년이냐, 10년이냐는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였다.

일부 언론에서는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기존에 체결된 임대차계약에는 개정법이 소급 적용되지 않아 종전과 같이 임차인에게 5년의 갱신요구권만 보장한다는 취지로 기사를 냈다.

이에 법무부에서는 발 빠르게 설명자료를 내면서 구체적인 사례를 예시로 들어 ①구법에 따라 임차인이 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경우 임차인이 갱신요구를 통해 개정법의 적용을 받아 10년의 임대기간을 보장받는 반면 ②구법에 따라 임차인이 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는 별도의 합의로 계약갱신을 하지 않는 한 개정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5년의 임대기간만 보장받는다고 밝혀 개정법의 적용 범위를 명확히 하였다.

이러한 해석은 법원의 판결을 통해서도 다시 한번 확인되었는데, 법원은 개정법이 적용되는 임대차는 2018.10.16. 이후 처음으로 체결된 임대차 또는 2018.10.16. 이전에 체결되었지만 2018.10.16. 이후 ‘그 이전에 인정되던 갱신사유에 따라 갱신되는’ 임대차를 가리킨다고 보아 개정법 시행 후에 구법에 따른 의무임대차기간이 경과하여 임대차가 갱신되지 않고 기간만료 등으로 종료된 경우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20다241017 판결).

다시 말해 2018.10.16. 당시 5년이 도과하지 않아 구법에 의하더라도 임차인이 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에는 이후 계약이 갱신되면 개정법의 적용을 받고 결국 최초 임대차기간을 포함하여 10년의 기간을 보장받지만, 이미 구법에 따른 5년을 다 소진하여 임차인이 더 이상 갱신을 요구할 수 없는 경우에는 개정법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임차인은 10년의 임대차기간을 주장할 수 없는 것이다. 이때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임대차계약을 갱신할 의사가 없음을 통지하고 임대차기간의 만료를 이유로 임차인에게 건물명도청구를 할 수 있다.

개정법 시행 당시 이미 갱신요구권을 다 사용한 임차인과 아직 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임차인의 보호가치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고, 개정법 시행 전 임대인은 5년의 보장기간만 예상하고 상가건물을 임대하였을 텐데 보장기간이 도과한 상태에서 갱신된 임대차가 존속하는 도중 법이 개정되는 우연한 사정에 의해 보장기간이 10년으로 늘어난다고 하는 것은 임대인에게만 불측의 손해를 입히기 때문에 임대인의 신뢰 또한 보호받아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상가임차인의 권리 보호에 중점을 둔 개정법의 취지를 감안하더라도 개정법 적용 범위를 합리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법무부의 해석과 법원의 판단은 타당한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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