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5구역 재개발 현장을 가다 | 공공재개발·도심복합사업 모두 탈락… 성북5구역의 고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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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5구역 재개발 현장을 가다 | 공공재개발·도심복합사업 모두 탈락… 성북5구역의 고난
  • 이호준 기자
  • 승인 2021.09.13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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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성북3구역으로 재개발 추진해
사업시행인가 받았음에도 직권 해제
부당소송 패소 후 5구역으로 재출범

사전컨설팅 노후도 84% 기록했으나
연면적 기준 미달, 1종 주거지역으로
공공재개발·도심복합사업 연거푸 고배
여름 장맛비가 오는 날, 성북5구역 재개발 현장의 미끄러운 비탈길을 걸어가고 있는 노인의 뒷모습 [사진=이호준 기자, 그래픽=홍영주 기자]
여름 장맛비가 오는 날, 성북5구역 재개발 현장의 미끄러운 비탈길을 걸어가고 있는 노인의 뒷모습 [사진=이호준 기자, 그래픽=홍영주 기자]

여름 막바지 늦은 장맛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지난달 31일. 기자가 찾은 성북5구역 재개발 현장은 이른 시간부터 을씨년스러웠다. 좁은 길로 이루어진 언덕길을 오르기 시작하자 오래된 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오랜 세월로 늘어진 전선에 우산이 자꾸 걸려 불편함을 느꼈다. 하지만 주민들은 익숙한 일이라는 듯 신경 쓰지 않고 길을 오갔다. 전선 누수로 감전 위험이 있음에도 성북5구역 주민들은 덤덤했다. 집과 담벼락은 여기저기 금 간 상태로 기울어져 불안해 보였다. 높은 경사에서 내려오는 빗물에 길이 미끄러웠다. 건장한 젊은 남성도 걷기 어려운 이곳에 눈이 오고 빙판이 깔린다면? 위험하디 위험한 상상이 저절로 떠올랐다. 언덕을 올라 전경을 바라보니 대부분 건물은 낙후됐고, 지붕에 물이 새 천막과 벽돌 등으로 임시 보수한 집들도 여럿 보였다. 유년 시절 할머니 댁에 방문해서야 볼 수 있던 녹슨 철문들은 세월의 흔적을 담고 있었다. 사람 한 명 통과하기 힘든 골목길을 지나 조심스럽게 비탈길을 내려가는 노인의 뒷모습이 위태로워 보였다.

 

성북5구역의 오래된 철문 [사진=이호준 기자]
성북5구역의 오래된 철문 [사진=이호준 기자]

성북5구역은 본래 성북3구역이란 이름으로 재개발을 추진했다. 1종 일반주거지역에서 2종일반주거지역으로 상향해 용적률 180%를 적용, 최고 11층 높이의 아파트 850가구를 지을 계획이었다. 사업은 지난 2005년 7월 성북3구역 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승인받고 시작을 알렸다. 이어 2008년 8월 정비구역으로 지정되고, 2009년에는 동의율 77.75%를 기록하며 조합설립에 성공했다. 마침내 2011년 6월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시공자를 선정하며 사업이 마무리 단계를 향하는 듯했다. 하지만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뉴타운 출구 전략으로 2017년 직권해제 돼 재개발사업이 무산됐다.

성북5구역 일대 대문 대다수는 오랜 세월로 녹슨 철문으로 이루어졌다. [사진=이호준 기자]
성북5구역 일대 대문 대다수는 오랜 세월로 녹슨 철문으로 이루어졌다. [사진=이호준 기자]

조합은 이에 불복해 2018년 서울시에 직권해제 부당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1심에서 승소하며 재개발 불씨를 다시 지피는 듯했으나 지난해 2·3심을 연달아 패소하면서 사실상 없던 일이 됐다.

주민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일부 구역을 수정하고 성북5구역으로 재개발을 준비했다. 먼저 민간재개발을 시도했으나 사업성을 이유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던 중 작년 5월 정부의 ‘수도권 주택공급 기반 강화 방안’에 따른 공공재개발 계획이 발표됐다. 이에 조합은 공공재개발로 가닥을 잡고 추진하게 된다.

낙후된 성북5구역 일대 벽면 [사진=이호준 기자]
낙후된 성북5구역 일대 벽면 [사진=이호준 기자]

 

노후해 임시 보수한 벽과 궁여지책으로 철을 덧댄 벽면 [사진=이호준 기자]
노후해 임시 보수한 벽과 궁여지책으로 철을 덧댄 벽면 [사진=이호준 기자]

시작이 순탄해 주민들의 기대는 컸다. 동의서 징구 1달여 만에 주민동의율 60.3%를 달성했고 2020년 10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진행한 공공재개발 사전컨설팅에서 노후도 84%를 기록했다. 개발 현실화를 열망하던 주민들의 꿈은 ‘연면적 노후도’ 기준에서부터 발목 잡히며 부서졌다. 연면적 노후도가 전체의 66.7%이상이 돼야 공공재개발 사업이 가능한데 44%로 한참 미치지 못한 것이다. 시는 또 성북5구역이 도시재생사업지로 분류되어있어 공공재개발 진행이 어렵다고도 밝혔다.

이에 재개발 추진준비위원회는 정부의 2·4대책의 하나인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3~6차 선정에 모두 도전했으나, 서울시 지침에 의해 고배를 마셨다. 성북5구역은 1종 주거지역이자 구릉지인데 서울시에 1종 주거지는 보존해야 한다는 지침이 있기 때문이다.

좁디좁은 성북5구역의 골목 [사진=이호준 기자]
좁디좁은 성북5구역의 골목 [사진=이호준 기자]

많은 풍파를 헤치고 성북5구역은 이제 7, 8차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지에 선정되기를 기원하고 있다. 재차 반려될 경우 토영삼굴(兎營三窟)의 마음으로 서울시가 연말에 기획하는 2차 공공재개발 공모에도 참여할 뜻을 품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공공재개발 발목을 잡았던 두 가지 요소는 해결될 전망이다.

노후화된 주택, 비가 새 임시보수한 벽(사진 위), 지붕 [사진=이호준 기자]
노후화된 주택, 비가 새 임시보수한 벽(사진 위), 지붕 [사진=이호준 기자]

먼저 연면적 노후도 규정은 지난 5월 주거정비지수제 폐지와 함께 사라졌다. 남은 도시재생사업지 문제는 서울시에 제출할 주민 동의서를 징구 중이다. 도시재생지에서 벗어나려면 면적 50%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40%이상의 동의율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성북5구역 한 주민은 “금호동 재개발 사업지와 우리 구역은 구역 지정이 같은 시기에 되었건만 금호동은 입주한지 10년이 됐다”며 “우리는 어떤 사업이든 상관없이 안전한 집에서 살고 싶은 마음 하나로 재개발을 염원하고 있는데 벌써 3번이나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호준 기자 leejr@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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