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그래픽=홍영주 기자]

조합에서 이미 선정된 협력업체를 해지하는 것은 단순한 일이 아닙니다. 그동안 조합의 업무를 진행한 공로나 계약 관계, 인간적인 의리 등을 감안하면 결코 쉽지 않은 선택입니다.

특히 시공자는 조합의 최대 협력업체인만큼 계획을 해지하는 것에 신중을 기하게 됩니다. 조합원들이 “내 손으로 직접 선정”했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지지가 필요한 사항입니다. 더구나 해지 이후에 손해배상이나 대여금 반환 등의 소송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그럼에도 작년부터 부산을 중심으로 지방에서 기존 시공자를 해지하고 새로운 시공자를 선정하는 현장이 크게 늘었습니다. 과거 부동산 침체시기에 중견 건설사를 시공자로 선정한 구역들이 주택경기가 살아나자 대형 건설사로의 교체를 시도한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시공자 교체는 지난해와는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미 대형 건설사를 시공자로 선정한 조합들이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시공자를 선정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건설사의 고급 브랜드, 소위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하지 않는다거나, 공사비 협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에서입니다. 기존 시공자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는 뜻입니다.

시공자 계약 해지가 봇물을 이루면서 현장을 뺏고 뺏기는 분위기가 조성됐습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시공계약을 해지한 곳에는 다수의 건설사가 참여하기 위해 물밑 작업을 벌이는 등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습니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경쟁을 벌이는 곳은 거의 없었습니다. 수차례 유찰 끝에 수의계약으로 시공자를 선정하는 곳들이 대부분이었죠. A건설사가 해지된 구역에 B건설사가 수의계약으로 선정되고, B건설사가 해지된 곳에 A건설사가 들어가는 결국 간판만 바꿔다는 상황에 불과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시공자 교체가 남긴 것은 무엇일까요? 조합원들이 원하는 건설사를 선정했다는 것은 위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시공자보다 좋은 조건으로 계약했다면 금상첨화겠죠.

하지만 대부분은 기존보다 비싼 공사비로 시공자를 선정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계약을 해지당한 건설사들은 소송을 검토하고 있겠죠. 시공자 선정까지의 사업기간도 소요됐습니다. 결국 조합원의 부담만 늘리는 선택이 됐을 수도 있습니다.

주로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자주 사용하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누굴 위한 재개발(재건축)인가”입니다. 시공자 교체 바람. 누구를 위한 시공자 교체였을까요? 어쩐지 씁쓸한 뒷맛이 남습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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