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실명법에 위반되는 부동산 명의신탁은 사법상으로는 무효로 취급되고 형사적으로는 처벌을 받는다. 부동산실명법이 오랫동안 시행되면서 해석론이나 판례가 집적되어 많은 의문점이 해소되고 있다. 최근에 주택재개발정비사업과 관련된 대법원 판결이 나와서 소개한다.

원고(형부)가 2983년 당시 부동산실명제법이 시행되기 전에, 주택을 자신의 자금으로 매입하여 피고(처재)에게 등기 명의를 신탁해 두고 거주하다가 자신은 다른 곳으로 퇴거하고 자신의 딸로 하여금 거주하게 하였다.

2008년경에 도시정비법에 따른 재개발정비사업이 시행되면서 피고가 주택 소유자로서 조합원이 되어 신축 아파트 분양받는 것으로 관리처분계획이 인가되었다. 이후 원고의 딸이 퇴거하여 조합에 주택을 인도하였고, 2014년 주택이 철거되어 멸실등기가 마쳐지고 등기부가 폐쇄되었다. 피고가 조합과 아파트 분양계약을 체결하였고, 아파트가 준공되어 피고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다.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아파트에 관하여 자신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라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기존 주택에 관하여 원고와 피고 사이에 적법한 명의신탁 관계가 존재하므로 그 연장선상에서 피고의 수분양자 지위도 명의신탁약정이 존재한다고 보았다. 원고 승소 판결.

대법원은 다른 측면에서 보았다. 부동산실명법은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거나 강제수용이나 공공용지 협의취득 등을 원인으로 제3취득자 명의로 이전등기가 마쳐진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제3취득자는 유효하게 소유권을 취득한다. 이 경우 명의신탁 관계는 당사자의 의사표시 등을 기다릴 필요 없이 당연히 종료된다. 주택재개발정비사업으로 인해 분양받게 될 대지 또는 건축시설물에 대해서도 명의신탁관계가 그대로 존속한다고 볼 수 없다.

최초에 기존 주택에 관하여 원고와 피고 사이에 3자간 명의신탁 약정이 있었다. 재개발정비사업 시행으로 피고가 사업시행자인 조합에 제공한 기존 주택이 철거, 멸실됨으로써 명의신탁관계는 종료되었다. 신축 아파트에 관하여는 기존 명의신탁약정과 마찬가지의 명의신탁 관계가 당연히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 종전 명의신탁 관계의 연장선상에서 신축 아파트에 관해서도 명의신탁 관계가 존재한다고 단정한 원심은 법리 오해 및 심리미진의 잘못이 있다. 원고와 피고 사이에 신축 아파트에 관하여 묵시적인 명의신탁 약정이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필자가 최근에 승소한 사건도 같은 내용이다. 주택공사가 협의취득을 하여 아파트를 건설한 경우인데, 대법원과 같은 논리로 신축 아파트에 관하여는 명의신탁 관계가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하여 제1심에서 승소, 확정되었다.

정비사업이 정부의 각종 부동산 정책에 엮이면서 늘어지는 경우가 많다. 토지등소유자 또는 조합원들은 여러 경우의 피해를 입게 된다. 정비사업 기간이 길어지고 그 사이 주택 가격이 폭등하면서 뜻하지 않는 분쟁에 휩싸이기도 한다. 두 사람이 조용히 정산을 하고 끝낼 수도 있는 문제가 명의신탁 운운하는 볼썽사나운 법적 분쟁으로 번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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