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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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관리법이 시행된 이후 건물 해체공사를 진행할 경우 해체공사감리(철거감리)가 의무화됐다. 그럼에도 철거공사 과정에서의 안전사고 발생은 끊이질 않고 있다. 최근 광주 학동재개발 철거사고를 비롯해 계림동 리모델링 철거사고, 장위10구역 주상복합 철거사고 등이 잇따라 발생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현행 철거감리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삽화=한국주택경제신문 DB]
[삽화=한국주택경제신문 DB]

우선 감리자의 선정 방식이 문제다. 일선 지자체에서는 해당 지역 내 등록된 건축사를 대상으로 무작위로 선정하는 이른바 뺑뺑이나 순번제로 선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이렇게 선정된 감리자에 대한 능력 검증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의 경우 일반 건축물의 해체공사와는 달리 대규모로 진행된다. 그럼에도 뺑뺑이나 순번제로 감리자를 선정하다보니 자격 미달인 건축사가 배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실상 ‘건축사’로 한정된 감리자 요건도 부실 감리로 이어지는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건축사는 건축물의 설계나 공사감리를 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기술사다. 따라서 철거감리는 해체공사에 필요한 건축물의 구조나 하중 등에 대한 전문 지식을 지닌 건축구조기술사가 적합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건축구조기술사의 경우 인력난이 심각해 실제 철거감리를 담당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지난 1977년부터 지난해까지 건축구조기술사 시험에 합격한 사람은 1,137명에 불과한 상황이다.

감리자의 복잡한 업무와 절차도 문제다. 감리자는 해체계획서를 토대로 해체공사가 적정하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해체계획서의 경우 건축사나 기술사, 안전진단전문기관 등의 검토를 거쳐 작성되고, 지자체는 다시 국토안전관리원에 검토를 받아 최종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해체계획서에 대한 검증 절차가 이미 2~3중으로 마련되어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감리자는 해체계획서에 대한 적정성을 다시 검토하게 된다. 해체계획서가 부실하게 작성되더라도 책임 소재를 가리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또 감리자의 검토 보류로 철거공사가 지연되는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건축사가 다른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는 이유로 해체계획서 검토를 미룰 경우 철거공사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이주·철거 단계에서 1~2개월만 지연돼도 많게는 수십억원에 달하는 금융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합원들의 피해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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