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구 미아동 일대가 미니 신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이른바 ‘미아리 텍사스’로 불리며 강북을 대표하는 낙후지역이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했다. 이제 남은 것은 미아재정비촉진지구의 2·3·4구역이라는 마지막 퍼즐을 맞추는 일이다. 특히 미아3촉진구역의 기세가 놀랍다. 불과 3~4년 전만하더라도 조합원간의 갈등으로 사실상 사업이 중단됐지만, 최근에는 사업시행인가를 받는 등 재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다. 유영국 조합장 당선 이후 조합원들이 단합하면서 미아재정비촉진지구의 핵심 사업지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유 조합장을 만나 재개발 방치 구역이라는 오명을 받았던 미아3촉진구역에 반전을 이뤄낼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물었다.

 

유영국 조합장 | 미아3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 [사진=심민규 기자]
유영국 조합장 | 미아3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 [사진=심민규 기자]

▲지난달 16일 재개발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았다. 코로나19가 대유행이라는 상황을 감안하면 비교적 이른 시기에 인가를 받았는데


조합원과 협력업체가 적극적으로 협력해준 덕분에 사업시행인가를 앞당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조합장으로서 사업기간 단축에 대한 부담이 컸다. 조합장의 역할은 협력업체가 업무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적인 부분은 협력업체의 역할이다. 그렇다고 인허가에 대한 모든 것을 협력업체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 개인적인 지론이다. 사업시행인가 과정에서 유관 기관과 협의할 일이 있으면, 저도 협력업체와 함께 직접 찾아다녔다. 아무래도 조합장이 협의에 참여하면 공무원들이 조금이라도 더 신경을 써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만 코로나 상황이 아니었다면 사업기간을 보다 단축시킬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사업시행인가 관련 협의 과정에서 기억에 남거나, 힘든 점은 없었는지


사업시행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몸으로 깨우쳤다. 협의를 진행하기 위해 방문한 관련 부서만도 60곳이 넘는다. 소방서까지 찾아갔으니, 사실상 모든 행정청을 찾아갔다고 보면 된다. 그나마 협의가 한 번에 마무리되면 다행이지만, 그런 상황은 거의 없었다. 한 부서에만 10번 이상 방문하기도 했다. 모든 부서의 담당자를 만난 횟수가 적어도 100번 이상은 될 것이다. 조금이라도 더 신경을 쓰면 사업시행인가를 앞당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조합장이 직접 협의를 진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주셨는지 최대한 신속하게 행정업무를 진행해줬다. 사업시행인가를 받기까지 함께 고생한 조합원과 협력업체, 담당 공무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미아3구역 조감도 [조감도=클린업시스템]
미아3구역 조감도 [조감도=클린업시스템]

▲조합에서는 재개발 사업기간을 앞당기기 위해 업무에 매진하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우리 구역은 지난 2015년 1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았지만, 조합원간의 갈등으로 인해 사업이 장기간 중단됐다. 법원에서 직무대행자를 선임할 정도로 내부 사정이 좋지 않았다. 조합원들의 이해관계가 각자 다르다보니 충돌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2019년 말 조합장으로 당선된 이후 조합 내부의 결속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조합원들의 단합이 없다면 재개발사업은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을 직접 만나 재개발사업에 대한 이해와 설득을 구했다. 지금은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오히려 재개발에 힘써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다. 따라서 조합은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해 과거 사업을 추진하지 못했던 ‘잃어버린 5년’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미아3구역 사업시행계획 주요 내용 [표=홍영주 기자]
미아3구역 사업시행계획 주요 내용 [표=홍영주 기자]

▲공공지원제도에 따라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만큼 시공자 선정이 가능하게 됐다. 향후 시공자 선정 절차는 어떻게 진행할 계획인지


현재 코로나19가 대유행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시공자 선정 절차를 무리하게 진행하지 않을 계획이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올해 안으로도 시공자 선정은 가능하다. 하지만 시공자 선정 총회는 과반의 조합원이 참석해야 하기 때문에 자칫 방역에 허점이 생기면 대규모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조합원들이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 상황에서 시공자 선정을 진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따라서 코로나 확산세를 주시하면서 충분한 검토를 거쳐 시공자 선정 절차를 진행할 것이다. 물론 조합에서는 공사비 예정가격 산정과 시공자 선정 절차와 방법 결정 등 관련 업무를 사전에 준비할 것이다.

 

미아3구역 항공 사진 [사진=네이버 지도 갈무리]
미아3구역 항공 사진 [사진=네이버 지도 갈무리]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각별하게 신경 쓰는 부분이 있는지


벌써부터 우리 구역에 다수의 대형 건설사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정 건설사를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향후 실질적인 선정 절차에 돌입하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사의 경쟁을 통해 좋은 입찰조건을 제시한다면 조합원들에게 많은 이익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와 방법을 통해 많은 건설사들이 참여해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다만 건설사의 과열 경쟁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불법행위가 발생하거나, 조합원간의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구역은 조합원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아픔을 겪었던 만큼 합리적인 경쟁 구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조합은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감시하는 역할에도 소홀하지 않을 것이다.

 

▲최근 시공자 선정과 관련해 일부 구역에서는 건설사들의 고급 브랜드, 이른바 ‘하이엔드 브랜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사실 건설사가 하이엔드 브랜드를 만든 이유는 강남 재건축을 수주하기 위해 차별화 전략을 사용한 것이다. 아파트를 보다 고급화해 편의성이나 희소성을 높여 단지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방에서도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강북이라고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아파트의 품질이 전체적으로 상향평준화가 됐기 때문이다. 다만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 여부에 대한 결정은 조합원이 판단할 부분이다. 하이엔드 브랜드는 단지를 고급화하는 만큼 공사비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 품질이 낮은데도 하이엔드 브랜드를 달았다는 이유 만으로 단지의 가치가 올라간다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결국 공사비가 다소 비싸더라도 고급 브랜드를 사용할 것인지, 일반 브랜드를 달더라도 적정 공사비에 품질을 높이는 실속을 택할 것인지는 조합원들이 선택할 문제다.

 

유영국 조합장 | 미아3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 [사진=심민규 기자]
유영국 조합장 | 미아3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 [사진=심민규 기자]

▲조합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재개발조합은 말 그대로 재개발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설립하는 협동 단체다. 재개발사업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조합원들이 각자의 이익만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단합을 통해 신속하게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현재 부동산 경기가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향후 몇 년이 지나면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부동산 시장이 하락 국면에 접어들 수도 있다. 조합에서는 조합원들의 개발이익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합원들도 지금처럼 조합을 믿고 협력해주시길 부탁드린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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