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그래픽=홍영주 기자]

“해체계획서 작성이 법적 사항이지만, 기준이랄 것이 없어요. 법적인 양식이 없다보니 업체마다 제각각으로 작성합니다. 허가도 지자체 공무원 마음이에요. 동일한 내용이라도 어떤 지자체는 보완이 떨어지고, 어떤 지자체는 그냥 통과되기도 해요. 해체계획서 관련 법령 자체가 허술하다는 의미죠.”

해체공사와 관련된 한 전문가는 해체계획서에 대한 허술한 법령과 제도가 광주 사고를 불렀다고 지적했다. 해체계획서를 따르지 않고 공사를 진행한 것이 사고의 주된 원인이지만, 계획서 기준 자체에도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가 전국 해체공사 현장에 대한 안전점검을 벌인 결과 3곳 중 1곳 꼴로 해체계획서 부실 작성 등의 법령 위반 사례가 적발됐다. 철거대상인 건축물마다 공사 순서나 공법이 달라야 하지만, 사실상 복사해서 붙여넣기 식의 내용인 곳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자체에서는 해당 해체계획서를 토대로 한 철거공사를 허가했다. 담당 공무원의 전문성이 부족한데다, 이미 건축사의 검토를 받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본 것이다.

[삽화=한국주태경제신문 DB]
[삽화=한국주태경제신문 DB]

현행 건축물관리법에 따르면 일정 요건을 갖춘 건축물을 철거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검토를 받은 해체계획서를 첨부해 허가권자에게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해체계획서 작성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특히 해체계획서에 대한 법적 양식이 없다는 점이 최대 문제다. 건축물 해체의 허가절차 등에 대해서는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해체계획서와 관련된 법적 서식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관련 기준에 맞춘 통일된 공인 서식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해체계획서의 부실 작성을 방지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허가를 위한 검토 시에도 기준 충족 여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축물 철거를 위한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는 건축물 구조나 규모에 따라 어떤 방식과 장비를 사용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보니 사실상 지자체가 ‘셀프 검토’를 통해 허가 여부를 결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검토 자체가 부실해지거나, 또는 무분별한 보완 요구로 허가가 늦어지는 사례가 빈번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업계 전문가는 “현재 제도는 공무원과 감리, 공사업체에 무한한 책임을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대규모 철거가 진행되는 정비사업의 특성에 맞는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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