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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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학동 재개발구역에서 해체공사 관련 사고가 발생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 정부와 국회, 지자체가 합동으로 철거사고에 대한 원인 규명을 나서는 동시에 사고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정부는 재발을 막기 위한 정책을 발표하고, 지자체는 자체적인 사고방지 대책을 마련했다. 국회에서는 해체공사와 관련된 법안 개정 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일선 업계에서는 정부와 지자체, 국회의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도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해체공사와 관련된 법령과 제도의 문제점과 한계에 대해 총 3회에 걸쳐 게재한다.

지난 2019년 4월 국토교통부는 다수의 법률로 흩어진 건축물 관리 제도를 포괄하는 ‘건축물관리법’을 제정한다. 이미 준공된 건축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후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지난해 5월 1일 건축물관리법은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간다.

[그림=한국주택경제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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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불과 1년 밖에 지나지 않은 건축물관리법은 다시 수술대에 올랐다. 지난달 광주 철거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국회의원들이 앞다퉈 개정안 마련에 들어간 것이다. 실제로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까지 국회에 제출된 건축물관리법 개정안은 14건에 달한다. 광주 사고 이후 발의된 법안만도 11건이나 된다.

국회에 다수의 개정안이 제출됐지만, 정작 처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총 14건의 개정안 중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안건은 1건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1건의 통과 법안도 올해 2월에 허영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으로 지난달 말에서야 본회의에서 수정 가결된 것이다. 나머지 법안들은 소관위 심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에 제출된 법안의 내용도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대부분의 법안들이 이미 정부나 지자체가 마련한 대책을 명문화하거나, 해체공사자나 감리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들은 구체적인 내용에서 차이가 있을 뿐 중복적인 내용에 불과하다. 광주 사고 이후 발의된 11건의 개정안 중에서 5건이 현행보다 처벌 강도를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김은혜 의원의 경우 해체공사 사고 시 최대 15년의 징역이나 1억원의 벌금을 물리도록 벌칙 규정을 대폭 강화했다. 나머지 법안들도 해체공사 구역에 CCTV 등을 통한 모니터링이나, 철거감리자의 상주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사실상 전부다. 정작 업계에서 요구하는 철거계획서 기준이나 감리자의 전문성·인력난에 대한 대책은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광주 사고 발생 이후 관련 법안이 잇따라 제출됐지만, 관심끌기용 입법 발의 이후에는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법안 내용도 해체공사 사고에 대한 원인을 파악해 해결책을 마련했다기보다는 처벌을 강화한 ‘본때 보이기’식 개정안이라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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