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은 임차인이 임대차 목적물을 사용·수익할 수 있도록 목적물을 인도해야 한다. 임차인은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기 때문에 임대료를 지급한다. 임대인이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는 것은 당연하다.

임대인은 목적물을 어떤 상태로 인도해야 하는가. 임대차계약에서 정해진 목적에 따라 임차인이 사용·수익하는데 지장이 없는 상태로 인도해야 한다. 이 역시 당연한 이야기인데,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서는 쉽사리 판단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

외벽을 통해 빗물이 흘러들어오는 점포를 인도한 경우에는 빗물의 양에 따라 사용·수익에 지장이 되는지 여부가 달라질 것이다. 이때는 사회통념에 비추어 지장이 되는지를 판단하면 될 것이다.

건물 용도가 점포 용도로 사용할 수 없는데 편의점을 운영하는 사람에게 임대를 한 경우는 어떨까.

건물주는 종전 세입자에게 편의점 용도로 임대를 하여 종전 세입자가 편의점을 운영해 왔다. 그 사이에 건물주가 건물 용도를 근린생활시설에서 공장으로 변경하였다. 공장 건물로 용도변경이 되었으니, 종전 세입자 외에 다른 사람은 그곳에서 편의점을 운영할 수 없게 되었다. 건물주는 새로운 세입자에게 점포를 임대했고, 새로운 세입자는 종전 세입자로부터 편의점 영업을 양수하였다. 새로운 세입자가 편의점 영업신고를 하였으나 구청에서는 공장 건물이기 때문에 편의점 영업을 할 수 없다며 신고수리를 거부하였다.

이에 새로운 세입자가 건물주인 임대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법원은 새로운 세입자가 건물 용도를 알 수 있었고, 영업이 가능한지를 확인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였다. 대법원은 달리 보았다.

임차인이 계약에 의하여 정하여진 목적에 따라 사용·수익하는 데 하자가 있는 목적물인 경우 임대인은 하자를 제거한 다음 임차인에게 하자 없는 목적물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그와 같은 하자를 제거하지 아니하고 목적물을 인도하였다면 사후에라도 하자를 제거하여 임차인이 목적물을 사용․수익하는 데 아무런 장해가 없도록 해야만 한다.

이러한 임대인의 의무는 자신에게 귀책사유가 없이 하자가 발생한 경우에도 면책되지 않는다. 임대인이 그 같은 하자를 몰랐다거나 반대로 임차인이 이를 알거나 알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원고가 임대차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점포를 편의점으로 사용․수익하는 데 장해가 발생한 상황이었으므로 임대인으로서는 하자를 제거할 의무를 부담한다. 임대인은 임대차 목적물의 용도를 공장에서 근린생활시설로 변경해 주어야 한다. 대법원은 임대인의 임대차계약에 따른 목적물 인도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인정하여 새로운 임차인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판결하였다.

임대차계약서에 사업자등록 등 행정적인 인·허가 문제에 대해서는 임대인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특약을 둔 경우는 어떨까?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오간 이야기 등 케이스마다 결론이 달라질 여지가 있지만 그런 특약은 임대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기 마련이다. 계약서는 꼼꼼히 검토해야 한다. 계약서 한 마디 표현, 한 줄의 내용에 따라 이해관계가 완전히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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