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정비사업 문화·유산 남기기 정책이 다시 주민들은 물론 정치권의 비판을 받고 있다. 당초 시는 강남구 개포주공1·4단지 등의 정비사업장에서 미래세대에 보여주겠다는 이유로 일부 노후 건축물 보존을 강요했다. 이 같은 보존 정책은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흉물을 방치시키고 있다는 혹평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그동안 시는 정비사업을 추진할 때 보존에 중점을 둔 정책을 펼쳐왔다. 시는 지난 2016년 정비사업 역사, 생활문화유산 흔적남기기 추진계획 등을 골자로 한 전수조사를 거쳐 2019년 우수 건축자산 지정을 추진했다. 문화재는 아니지만 사회·경제적으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한옥과 현대 건축물, 주거지, 골목시장 등이 지정 대상이다.

강남구 개포주공1·4단지 역시 보존에 중점을 둔 시의 정책 행보와 맞닿아 있다. 시는 1970~1980년대에 지어진 개포주공1·4단지 등의 경우 건축심의 과정에서 1개동은 미래유산 보존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주거문화의 변천사가 담겨 있어 역사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시 사유재산 침해 등의 문제점이 부각됐고 사업지연을 우려한 조합원들의 반발이 심했다. 하지만 노후 건축물 보존을 동반하지 않으면 건축심의를 통과하기가 어려웠다. 결국 조합은 재건축 추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시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최근 정치권에서 다시 정비사업 문화유산 보존에 대한 부작용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시청에서는 개포주공1·4단지 흔적남기기와 관련해 향후 재건축사업 방향 등을 논의하기 위한 주민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최영주 시의원은 흔적남기기가 실패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연탄과 아궁이 등 남길만한 요소가 없는 노후 건축물을 인위적으로 보존해 당시 역사를 재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아직도 시는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일부 정비사업장에서 노후 건축물 보존을 요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분명한 부분은 시가 주민들의 사유재산을 침해와 함께 조합원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거문화 변천사에 대한 보존이 필요하다면 굳이 조합원 희생을 강요하지 않아도 다른 방법을 모색하면 된다. 예컨대 사진과 영상을 통해서도 역사와 외형 보존은 가능하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사유재산을 침해하면서까지 외형 그대로의 보존만 강요하는 정책은 부당하다.

박노창 기자 par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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