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유휴부지를 활용한 주택공급 방침이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인해 발목을 잡히고 있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사전에 충분한 협의 없이 택지를 선정해 섣불리 발표했다는 지적과 함께 재건축 안전진단 현실화를 통한 정비사업 활성화로 주택공급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주거복지로드맵과 수도권 30만가구 공급, 5·6대책, 8·4대책 등 주택공급을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불과 한 달도 채 안된 상황에서 8·4대책에 담긴 정부과천청사 유휴부지 아파트 4,000가구 공급을 백지화시키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과천 주민들이 관내 주택공급 방침에 반대하면서 시장 주민소환투표를 발의하는 등 반발이 심해지자 공급 계획을 철회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태릉골프장, 서부면허시험장 등의 지역에서도 주민들이 주택공급 방침에 반대하면서 정부 계획은 차질을 빚고 있다.

정부는 급격하게 과열되고 있는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주택공급이 지속될 것이라는 시그널을 시장에 보내야 했다. 그런데 상황은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정부는 정비사업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주택공급 확대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 재건축 안전진단 현실화를 고려해야 하는데도 집값 상승을 우려하면서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현재 안전진단 기준을 살펴보면 주거생활에 대한 불편함보다는 건축물의 안전성에 높은 비중을 두고 있다. 실제로 안전진단 평가 항목 중 주거환경 비중은 기존 40%에서 15%로 낮췄다. 반면 구조안전성 비중은 당초 20%에서 50%로 높였다. 즉, 붕괴 우려 등 구조적 결함이 높은 경우에만 재건축 추진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이 서울시내 재건축 연한이 도래한 단지들은 늘고 있다. 일례로 노원구는 관내 아파트 절반에 가까운 46%가 재건축 연한 30년을 넘겼고, 일대 노후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안전진단 현실화를 요구하는 시장 목소리를 집값 상승 우려를 이유로 외면하고 있다. 규제만 가한다고 해서 집값이 안정화되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5월까지 월간 아파트 가격은 다섯 달 연속 1% 이상 상승했다.

정부 말대로 재건축을 활성화시킬 경우 단기적으로는 개발 기대감에 집값 상승이 우려될 수는 있다. 하지만 주택공급이 꾸준하게 이뤄져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집값 안정화를 이룰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박노창 기자 par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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