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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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리모델링 시공자 선정에 나서는 곳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대부분의 사업장이 수의계약으로 시공자를 선정하고 있다. 건설사는 수직증축의 경우 2차 안전성 검토 기간만 수년이 걸리는 등 까다로운 절차에 사업 불확실성이 높아 경쟁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상당수 조합들이 제한경쟁으로 시공자 선정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경쟁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로 꼽힌다. 입찰 조건에 시공능력평가순위와 신용등급 등 과도한 제한을 둬 사실상 특정 건설사를 밀어줬다는 ‘짬짜미’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리모델링 수주전에서 건설사들의 경쟁이 사라졌다. 건설사들은 까다로운 절차로 인한 사업 불확실성이 경쟁 기피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해 3개층까지 수직증축을 허용한 반면, 안전성 검토 등의 절차를 강화시키면서 사업 성공에 대한 확신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먼저 수직증축 리모델링은 지난 2014년 4월 기존 15층 아파트는 최대 3개층, 14층 이하는 최대 2개층까지 가능하도록 주택법이 개정됐다. 이후 약 7년이 지났지만 준공된 사례는 전무하다. 당초 정부는 증축형 리모델링사업 활성화를 위해 수직증축을 허용했다. 별동, 수평증축과 함께 수직증축을 추진할 경우 늘어나는 가구수를 일반분양하면 조합원들의 분담금이 절감되고 사업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조합과 건설사들은 강화된 안전성 검토 절차가 사업 진행을 가로막고 있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수직증축의 경우 수평증축과 달리 1차 안전진단을 통과하고 2차 안전진단을 받기 전 1·2차 안전성 검토를 거쳐야 한다. 이때 안전성 검토가 1·2차로 중복되고 있는데다가 오랜 기간이 소요되고, 통과를 보장할 수도 없다는 게 조합과 건설사들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한솔마을5단지 등의 경우 2차 안정성 검토에서 보완 판정을 받은 후 수직증축에서 수평·별동증축으로 사업유형을 전환하기도 했다.

그런데 수평·별동증축을 추진하는 사업장에서도 건설사들의 경쟁 기피 현상은 뚜렷하다. 리모델링 특성상 기존 골조를 남겨두고 사업을 추진하다보니 자유로운 설계를 구상하기 어렵고, 동간거리가 좁아져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이렇다보니 건설사들은 사업 불확실성을 떠안으면서까지 수주전에서 경쟁을 펼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가운데 상당수 조합들이 리모델링 시공자 선정에 나설 경우 일반경쟁 대신 제한경쟁을 택하고 있다는 점도 건설사들의 경쟁을 가로막고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입찰 조건으로 일부 건설사에만 국한되도록 시공능력평가와 신용등급 등의 기준을 정하다보니 일부 구역에서는 ‘짬짜미’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서울 강동구 A사업장은 제한경쟁입찰 방식으로 입찰자격 기준을 정했다. 입찰 자격으로는 2020년 시공능력평가 10위 이내인 곳으로 한정했다. 결과적으로 1·2차 현장설명회에는 삼성물산이 단독으로 참석했고, 내달 중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공자 선정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마포구 B사업장의 경우에는 입찰 참가 문턱을5시 더 높였다. 제한경쟁 방식으로, 전년도 시공능력평가 4위 이내 등의 조건을 내걸었다. 1차 현장설명회에 GS건설 1개사 참여로 유찰된 후 두 번째 입찰 절차가 진행 중이다.

경기권에서도 시공자 선정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경쟁’ 사례를 찾아보긴 힘들다. 용인시 C사업장은 제한경쟁을 내걸고 2020년 시공능력평가 순위 20위 이내, 신용등급 A+이상 등의 조건을 충족한 건설사에게만 입찰자격을 부여했다. 두 번의 현장설명회에는 포스코건설이 단독으로 참여하면서 수의계약으로 전환한 상태다.

인근 D사업장 역시 포스코건설 선정이 유력하다. 당초 조합은 제한경쟁 방식으로, 2020 시공능력평가 토목건축분야 5위 이내인 건설사만 입찰이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조합은 오는 7월 말 시공자 선정 총회를 개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미 제한경쟁입찰로 시공자 선정을 마친 곳도 있다. 수원시 E사업장은 입찰 조건으로 시공능력평가 20위 이내 건설사 중 신용등급이 AA-이상인 곳으로 한정했다.

현재 건설사 중 신용등급이 AA-이상인 건설사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DL이앤씨, 현대엔지니어링이 유일하다. 결국 DL이앤씨와 현대엔지니어링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곳 시공권을 확보했다.

이혁기 기자 lee@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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