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문 표현 차이는 해석하기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법조문은 모든 사람이 쉽게 이해하고 실생활에 적용할 때 해석하는 사람에 따른 차이가 적은 것이 바람직하다. 법조문 해석이 제대로 되어야 행동의 기준을 정할 수 있고, 기준을 잡아야 현실의 다양한 상황에서 규범에 맞도록 행동을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법조문이 누구나 이견 없이 해석되는 경우는 드물다. 말이나 글자로 표현되는 것을 모두 한 가지로 해석되게 정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재판에서 법령의 문언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진다. 재판 당사자들 사이에 승패가 갈리는 포인트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법조문을 해석할 때는 1차적으로 문언의 뜻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

민법은 “임차인의 차임연체액이 2기의 차임액에 달하는 때에는 임대인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상가임대차법은 차임 연체액이 3기에 달하는 때에 해지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한다. 차임 연체액이 2기의 차임액에 달하는 때란, 연체 차임 액수를 모두 합산하여 2기, 즉 월세라면 두 달 치 월세 금액이 될 따라는 의미다. 매달 월세를 조금씩 모자라게 입금하더라도 내지 않은 금액을 모두 합하여 두 달 치 월세 금액만큼 될 때에야 비로소 임대인이 해지를 할 수 있다. 이렇게 계약 해지에 관한 규정에서는 “달하는 때”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달(達)하다’는 말은 ‘(어디에) 이르다’는 말이다.

임대차기간 만료를 앞두고 임차인이 임대차계약 갱신을 요구할 때, 임대인이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경우가 법에 정해져 있다. 임차인이 차임을 연체한 전력이 있는 경우다. 차임 연체액이 주택임대차법은 2기, 상가임대차법은 3기의 “차임액에 해당하는 금액에 이르도록 차임을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다.

상가임대차법과 주택임대차법에서 임대인의 갱신거절 사유에 대해서는 이 ‘달하다’는 문언 대신에 ‘이르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달하다’와 ‘이르다’는 문언이 함께 사용된다. 같은 뜻을 가진 두 단어를 보면 혹시나 두 가지가 다른 의도로 사용된 것인지 궁리를 해 봐야 한다. 결국 민법의 표현을 그대로 가지고 온 조문과 후일 우리말로 순화하여 쓴 문언, 같은 뜻을 가진 두 표현이 혼재돼 있을 뿐이라고 안도를 한다.

그래도 ‘차임연체액이 3기의 차임액에 달하는 때’와 ‘3기의 차임액에 해당하는 금액에 이르도록 차임을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는 문언이 다르다. 차임 연체 중인 경우와 과거에 차임 연체를 한 전력이 있는 경우로 달리 규정한 것이다. 임차인이 상가임대차법에 따라 계약갱신을 요구하였으나, 임대인이 연체 전력을 이유로 갱신거절을 한다. 임차인은 임대차계약이 해지되기 전에 연체 차임을 모두 지급하고 이후로 임대차계약이 그대로 유지돼 왔으므로 갱신거절권이 소멸하였다고 항변하였다.

대법원 판단. 두 문언을 달리하여 규정한 취지는 임대차계약관계는 당사자 사이의 신뢰를 기초로 하므로, 그런 전력이 있는 경우에까지 임차인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계약관계가 연장되는 것을 허용하지는 않는다. 임대인은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 상충하는 이해관계는 법조문의 문언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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