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비는 원칙적으로 사업시행자인 조합이 부담하여야 한다. 정비사업의 주체가 조합이니 정비사업에 드는 비용을 조합이 부담해야 한다는 원칙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도 같은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다.

사업시행자가 정비사업비를 부담하되, 정비사업이 완료되어 청산의 단계에서 조합원이 종전에 소유하고 있던 토지 또는 건축물의 가격과 새롭게 분양받은 대지 또는 건축물의 가격의 차액인 청산금을 부과하는 형태로 조합원에게 정비사업비를 분담시킬 수 있고, 이와 별개의 절차로 정비사업의 시행과정에서 발생한 수입을 초과하는 비용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조합원으로부터 부과금을 부과·징수할 수 있다.

그런데 가끔 정비사업비 부과 여부에 대해 다툼이 발생한다. 현금청산 절차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현금청산자가 된 조합원에게 조합원이었던 기간동안 발생한 정비사업비용을 부담시킬 수 있는지’가 문제 된다. 여러 정비사업구역에서 공통적으로 고민하였던 문제이기도 하다. 조합으로서는 현금청산자라도 최소한 조합원 지위에 있었던 기간 동안의 정비사업비용은 부담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위 주장은 사업성과 분양신청률을 높이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이에 대해 현금청산자는 나는 더 이상 조합원이 아니고 정비사업에서 이탈하였으니 과거의 비용을 부담할 수 없다고 맞서게 된다.

최근 서울의 모 재개발조합에도 같은 문제가 발생하였다. 조합은 분양신청 절차에서 분양신청을 하지 않아 현금청산 대상자가 된 자를 상대로 청산금 산정 시 사업비용을 공제할 수 있도록 규정한 정관 조항을 근거로 청산금 산정 절차와 별도로 조합 탈퇴 시점까지 발생한 정비사업 비용의 지급을 구하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현금청산 대상자에게 조합 탈퇴 시점까지 발생한 사업비용을 부담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관에서 비용의 부담 항목과 기준 등이 정해져야 할 뿐만 아니라 현금청산 절차에서 비용을 공제하도록 정한 정관 조항에 근거하여 현금청산금이 지급되기 전에 별도로 현금청산 대상자에게 정비사업비의 지급을 구할 수는 없다”라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21.4.29. 선고 2018두51508 판결).

과거에도 대법원은 현금청산 대상자가 조합원의 지위를 상실하기 전까지 발생한 조합의 정비사업비 중 일정 부분을 분담하여야 한다는 취지를 조합 정관이나 조합원 총회의 결의 또는 조합과 조합원 사이의 약정 등으로 미리 정한 경우 등에 한하여 조합은 구 도시정비법 제47조에 규정된 청산절차 등에서 이를 청산하거나 별도로 그 반환을 구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해왔는데(대법원 2016.8.30. 선고 2015다207785 판결 등 참조), 최근 선고한 판결도 같은 법리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이번 판결은 “①도시정비법이나 정관에서 조합원이 된 토지등소유자에게 현금청산을 통해 조합관계에서 탈퇴할 기회를 보장하고 있음에도 예측하지 못한 과도한 비용 부담으로 그 기회를 부당하게 제한하거나 조합관계에서 탈퇴하였다는 이유로 합리적인 범위를 넘어서는 불이익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②도시정비법령에서 현금청산 대상자를 상대로 현금청산 시점 이전에 발생한 비용을 부담하도록 할 수 있는지 여부 또는 그에 따른 비용 부담 절차 규정 등 일반적 조항을 전혀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등 법리의 타당성을 뒷받침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시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생각된다.

정비사업비 부과에 대해 고민하는 조합으로서는 위 대법원 판결에 따라 관련 내용을 정관 또는 정관에서 지정하는 방식으로 현금청산 대상자가 부담하게 될 비용의 발생 근거, 분담 기준과 내역,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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