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임원 선임총회의 효력을 다투는 소송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주제 중 하나는 ‘입후보 등록에 관한 안내문을 조합원들에게 등기우편으로 개별 통지하여야 하는지’의 문제이다. 정관에서 조합원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은 등기우편으로 개별 고지하도록 규정하는 한편 ‘임원의 선거권 및 피선거권’을 조합원의 권리로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임총회 결의가 무효라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이런 논리를 펼친다. 입후보 등록에 관한 안내는 조합원의 피선거권과 직결되는 것으로서 ‘조합원의 권리에 관한 사항’이므로 정관에 따라 반드시 등기우편을 통해 개별적으로 고지하여야 한다는 것. 그 결과, 등기우편을 통해 개별 통지하지 않고 진행한 임원선거는 조합원들의 피선거권을 침해하여 무효라는 것이다.

정관 규정에 바탕을 둔 해석이니 일응 타당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반드시 등기우편을 통해 개별적으로 통지해야만 조합원들의 피선거권이 보장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실제 문제된 판례 사안을 들여다보자. 아파트 동별 게시판과 클린업시스템에 입후보 등록을 공고하고 조합원들에게 문자메세지를 통해 발송했지만 등기우편으로 통지하지 않은 경우 또는 등기우편이 아닌 일반우편으로 통지한 경우, 그 임원 선임은 무효일까.

이러한 주장에 대한 판례의 해석은 나뉜다. 입후보 등록 안내는 정관이 규정한 ‘조합원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명시적으로 판단한 것이 있는가 하면, 입후보 등록 안내는 피선거권에 관한 사항이므로 정관의 규정에 따라 등기우편으로 개별 고지하지 않으면 절차상 하자가 있는 것으로 본 판례도 있다.

그러나, 주류적인 판례의 입장은 입후보 등록에 관한 내용이 정관이 정한 조합원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인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입후보에 관한 통지를 제대로 하지 않아 ‘실질적으로 조합원의 피선거권이 침해된 것으로 볼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재판 과정에서 주장·입증된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조합원들이 조합임원 선출 절차가 진행될 것임을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면 등기우편을 통한 개별 통지가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임원 선임결의를 무효라고 판단하지 않는 것이다.

어디에 입후보 등록 공고를 하였는지, 그 장소는 조합원들이 얼마나 많이 거주하는 곳이고 조합원들이 얼마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인지, 문자메세지나 조합 홈페이지 등을 통해 알렸는지, 선관위 구성 등으로 조합원들이 곧 임원 선거가 진행될 것임을 알 수 있었는지, 선거 과정에서 등기우편으로 통지하지 않았음을 문제 삼아 이의를 제기한 조합원이 있었는지, 실제로 입후보한 조합원은 얼마나 되는지, 선거절차가 진행된다는 사실을 몰라서 입후보하지 않는 조합원이 있었는지, 얼마나 많은 조합원들이 선임총회에 참석했는지 등이 바로 법원이 피선거권 침해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고려하는 사정이다.

조합원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을 등기우편을 통해 개별 고지하도록 한 정관의 취지가 조합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임을 생각해 보면 ‘등기우편으로 보냈는지’와 같은 형식적인 잣대가 아닌 ‘피선거권에 대한 실질적인 침해 여부’를 기준으로 선임의 효력을 판단하는 법원의 해석은 지극히 타당하다.

그러한 차원에서, 문자메세지 전송방식은 정관 등이 정하고 있는 적법한 개별 통지의 방법이 아니라는 점 등을 들어 입후보 등록에 관한 사항을 반드시 등기우편을 통해 개별 고지하여야 한다고 본 일부 판례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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