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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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의 매머드급 재건축단지인 둔촌주공아파트가 법원의 제지로 임시총회 개최가 불발됐다. 직무대행자의 통상 사무를 벗어난 안건이 포함되면서 총회개최금지 요청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서울동부지방법원 제21민사부(재판장 임태혁)는 지난 2일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의 일부 조합원이 조합을 상대로 낸 ‘총회개최 금지 가처분’을 인용한다고 결정했다.

결정문에 따르면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조합의 조합장과 감사, 총무이사 등 임원은 지난해 12월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으로 직무를 집행하지 못하게 됐다. 이에 법원은 조합장의 직무대행으로 변호사 한모씨를 선임했다.

이후 전체 조합원 1/3 이상이 직무대행자에게 임시총회 소집을 요구함에 따라 지난 4일 임시총회 개최를 공고했다. 총회에는 조합임원 선임을 비롯해 대의원 해임·선임, 조합정관 변경, 정비업체 계약 해지 등 14개 안건이 상정될 예정이었다.

임시총회 공고 이후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월 25일부터 3월 5일까지 임원 및 대의원 후보자에 대한 등록공고를 진행했다. 이에 한 조합원은 조합원들로부터 후보자 등록에 관한 추천을 받기 위해 조합원 명부를 공개하고, 후보자등록 마감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선거관리위원회는 후보자 등록 기간 연장을 거절하고, 추천서 등은 3월 10일까지 제출하면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겠다고 안내했다.

이에 대해 일부 조합원은 직무대행자가 통상업무에 속하지 않는 안건이 포함된 임시총회를 소집해 절차상 하자가 있고, 조합원들의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침해한 것은 물론 선거의 공정성도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조합원 명부의 제공을 요청했음에도, 공개를 거부하다가 임원 입후보 등록 마감 하루 전에서야 명부를 제공했다는 이유에서다.

독립정산제 방식으로 재건축을 추진하는 상가 소유자와의 합의도 뒤집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단지는 재건축사업과 관련해 상가 소유자들의 자치권한을 보장하는 ‘독립정산제’ 방식을 채택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둔촌아파트 상가재건축위원회를 상가대표단체로 승인했는데, 이번 총회에서는 해당 위원회가 상가의 단일대표단체를 취소하는 안건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법원은 조합장 직무대행자가 통상 사무가 아닌 안건을 포함한 총회를 개최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임원의 선임 및 해임, 정관 변경, 기존에 체결된 계약의 해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총회 개최는 통상사무라고 할 수 없다”며 “직무대행자로 선임한 가처분결정에서 해당 안건을 목적으로 한 총회의 소집을 정한 바가 없고, 임시총회 개최 전까지 총회 소집에 관한 법원의 허가를 받지 않은 사실이 소명되므로 임시총회 소집은 절차상 중대한 위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시총회를 개최해 각 안건을 의결할 경우 또 다른 법적 분쟁이 발생하거나, 다툼이 생길 우려가 있다”며 “임시총회 개최를 사전에 금지해야 할 보전의 필요성이 소명된다”고 결정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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