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협력업체 선정·계약을 위해 원칙적으로 경쟁입찰을 거쳐야 한다고 정하고 있기에, 도시정비법의 위임에 따라 만들어진 「정비사업 계약업무처리기준」 역시 입찰이 진행될 것을 전제로 한 규정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수의계약으로 협력업체를 선정하는 경우 계약업무처리기준이 어디까지 적용되는지에 대한 실무상 논의가 많을 수 밖에 없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제33조다.

계약업무처리기준 제33조는 시공자 선정과 관련하여 ‘조합은 제출된 입찰서 모두를 대의원회에 상정해야 하며, 대의원회는 총회에 상정할 6인 이상의 건설업자를 선정하되 입찰참가자가 6인 미만인 경우에는 모두 총회에 상정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조합이 경쟁입찰이 2회 이상 유찰되어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실시’를 공고하였고 복수의 건설사가 참여의향서를 제출한 경우, 조합은 위 제33조와 상관없이 대의원회 의결로 특정 건설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여 총회에 해당 건설사와의 계약체결 여부만을 상정해도 되는 것일까.

서울동부지방법원은 문정동 소재 재건축조합이 수의계약으로 시공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2개 건설사가 참여의향서를 제출했는데 대의원회가 이 중 특정 건설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여 총회에 단독 상정한 것에 대하여 “대의원회에서 이미 선정한 시공자에 대해 총회에서 시공자와의 계약체결 여부만을 의결할 수 있다면 이는 ‘시공자 선정과 변경’을 총회의 의결사항으로 정한 도시정비법에 반한다”고 보았다.

광주지방법원 역시 용봉동 소재 소규모주택조합의 사안에서, “수의계약의 방식으로 시공자를 선정하는 경우 입찰절차에 관한 규정들이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면서도, 시공자 선정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 총회에서 해당 건설사와의 계약체결이 부결되더라도 대의원회가 해당 건설사와의 계약체결 건을 반복하여 상정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조합원들의 시공자 선정 권한을 박탈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대의원회에서 수의계약을 체결할 시공자를 결정한 후 그 업체에 대한 승인 여부만을 총회에서 결정하도록 하는 것은 중대한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보았다.

계약업무처리기준 제33조 문언상 ‘입찰’을 전제로 함이 명백하고, 도시정비법은 경쟁입찰이 여러 차례 실패한 경우에 한해서만 수의계약을 허용하고 있으므로 수의계약의 절차·방법을 다시 까다롭게 취급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위 판결들은 총회의 역할과 조합원의 선택권을 실질화하는 방향으로 관련 규정을 해석하였고, 조합은 참여업체들의 경쟁을 통해 절차적 투명성과 시공조건의 합리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점, 총회 전에 특정 건설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할 특별한 실익을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결론적으로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수의계약으로 시공자를 선정하고자 하는 조합은 위 판결을 기억하시어, 참여의향서를 제출한 복수의 건설사를 총회에 상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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