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의 사기 범죄가 일어난다. 등기부를 위조하거나, 소유자의 위임장을 위조하는 기술적인 범행부터, 매도인측을 속여 이전등기를 받아 타에 처분하고 매매 잔금을 떼먹는 코 베기식 범행까지, 피해를 당해보지 않은 사람 입장에서는 이해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적극적으로 속이지 않고, 일정한 사실에 대해 말해주지 않는 방법으로 속이는 경우는 사기죄가 될까? 부작위에 의한 기망 또는 묵시적 기망에 의한 사기죄로 문제로 다루어지는 사안이다.

매도인을 상대로 진정한 소유자가 소유권이전등기 말소 소송을 제기하여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사실을 숨기로 매매계약을 체결한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소유권이전등기 말소 소송이 진행되는 경우에도 예고등기가 되지 않는다. 매도인이 그 소송에서 패소하면 매수인에게 이전등기를 해 줄 수 없다. 매수인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실을 알았다면 매매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법원 판례는 기망을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 있어서 자타 상호간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무를 배반하는 것’ 혹은 ‘널리 거래관계에서 지켜야 하는 신의칙에 반하는 행위’라고 한다.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등기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고지해 주지 않는 것은 기망에 해당된다.

이런 경우는 어떤가. 매도인이 다른 사람과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과 중도금을 받았다. 이 상태에서 두 번째 매수인과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만일 두 번째 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주면 첫 번째 매수인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가 성립된다. 매도인은 두 번째 매수인에게 이전등기를 해 줄 생각이었으나, 첫 번째 매수인이 처분금지가처분을 하는 바람에 두 번째 매수인에게 이전등기를 해 주지 못한 경우라면 어떤가. 두 번째 매수인에게 “사실은 다른 사람과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중도금까지 받았기 때문에 내가 일방적으로 해약할 수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당신에게 이전등기를 넘겨줄 수 없을 수도 있다”라고 고지해 주지 않은 경우에 기망행위가 있다고 보아야 하는가.

대법원 판례는 이렇게 설명한다. 부동산의 이중매매에 있어 첫 번째 매매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제할 수 없는 처지에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바로 두 번째 매수인의 매매목적물에 대한 권리 실현에 장애가 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사정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제2 매수인을 기망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

부동산이 급등할 때 자주 일어나는 이중매매. 두 번째 매수인은 엉뚱하게 뒤통수를 맞을 수도 있다. 매도인을 처벌할 수 없다면 두 번째 매수인으로서는 기가 막힐 일이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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