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제의 소재=우리 대법원은 재건축조합 조합원들에게 신탁등기의무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재건축조합의 조합원은 조합의 재건축사업 목적 달성에 협력할 의무가 있고 조합규약상 그 의무의 하나로 규정된 현물출자 의무는 조합의 재건축사업의 원활한 수행을 위하여 신탁 목적으로 조합원 소유의 토지를 조합에 이전할 의무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며,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소정의 구분소유자의 경우 그들이 가지는 대지사용권은 전유부분의 처분에 따르게 되어 있고 그 전유부분과 분리하여 대지사용권을 처분할 수 없게 되어 있는데다가 재건축사업은 재건축지역 내에 있는 주택의 철거를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조합원은 주택 부분의 철거를 포함한 일체의 처분권을 조합에 일임하였다고 보아야 하므로 대지사용권 외에 전유부분에 대한 소유 명의도 재건축조합 앞으로 신탁하여 줄 의무가 있으므로 조합원들은 재건축조합에게 조합설립인가로써 조합규약의 효력이 발생한 날짜에 신탁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1997.5.20. 선고 96다23887판결)”고 판시함으로써 조합원에게는 신탁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조합에게는 이를 청구할 권리가 있음을 설시하고 있다.

개별 조합 정관에서도 조합이 조합원을 상대로 신탁등기를 요구할 수 있고 불응 시 신탁등기 이행 청구의 소를 통해서 등기를 가져올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부 조합원들이 분양신청까지 해두고도 개인적 변심 내지 종전자산가액에 대한 불만 등을 이유로 신탁등기를 하지 않고 버티는 경우가 있는 바, 이와 같은 신탁등기 이행 청구 소송 외에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한지 문제된다.

2. 하급심 판례(서울중앙지방법원)=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서 확정된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않았다면 그 자체가 바로 위법한 것으로 평가되는 것이고, 다만 채무불이행에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이 없는 때에는 채무자는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민법 제390조 참조).

채무자가 자신에게 채무가 없다고 믿었고 그렇게 믿은 데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채무불이행에 고의나 과실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자가 채무의 발생원인 내지 존재에 관한 법률적인 판단을 통하여 자신의 채무가 없다고 믿고 채무의 이행을 거부한 채 소송을 통하여 이를 다투었다고 하더라도 채무자의 그러한 법률적 판단이 잘못된 것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불이행에 관하여 채무자에게 고의나 과실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대법원 2013.12.26. 선고 2011다85352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것처럼 원고의 조합원 지위에 있는 피고 B은 원고 정관 제9조제2항제2호 및 제31조에 따라 이 사건 각 부동산을 원고에게 관리신탁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피고 B은 원고에 대하여 신탁등기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으므로 이는 그 자체가 바로 위법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피고 B이 재건축결의가 무효이므로 원고의 이 사건 재건축사업 협조요청에 응하지 않을 권한이 있다고 믿고 원고에 대한 조합원으로서의 의무이행을 거부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앞서 본 것처럼 재건축결의의 무효를 주장하여 정관에 규정된 조합원의 의무 이행을 거부할 수는 없다. …(중략)… 피고 B이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신탁등기 의무를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원고의 이 사건 재건축사업 진행이 지연되고 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 B의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신탁등기 의무 불이행과 이 사건 재건축사업의 지연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도 있다고 할 것이다.

3. 결어=조합이 관리처분계획인가 고시일에 관련 부동산에 관한 사용·수익권을 취득하였음에도 조합원인 피고들이 각 부동산을 인도를 지체하여 원고의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시행이 지연되었다면 피고들의 그 이주의무 발생일(인가 고시일)부터 이 사건 각 부동산 인도 완료일까지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한 바 있으며, 미신탁자들이 감정가격의 부당함 등을 이유로 신탁등기를 해 줄 의무가 없다고 믿고 이를 거부한 것에 해당하더라도 이는 미신탁자들의 고의·과실에 의한 결과로서 신탁등기 이전의무를 지체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여전히 사업이 지체된 부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된다고 할 것이고 미신탁으로 인해서 조합이 전체 조합원의 토지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정비사업 진행을 위한 기존 건물의 철거 및 pf 대출 등의 후속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없는 바, 조합에서는 이와 같은 손배 청구도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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