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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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유행하면서 인간의 일상이 바뀌었다. 이제 마스크 없이는 외출이 불가능하고, 비대면으로 교육이나 업무를 진행하는 방식이 늘어났다. 코로나19는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모습도 바꿔놓았다. 집합금지명령이나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다수의 인원이 모이는 것이 금지되면서 총회 개최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정비사업의 주요 사항을 결정해야 하는 총회가 미뤄지면서 사업기간도 불가피하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일선 추진위·조합들은 바이러스 감염을 최소화 혹은 방지하면서도 총회를 개최할 수 있는 묘안 찾기에 나섰다. 코로나19로 인해 정비사업은 어떻게 변했을까.

▲서울 등 지자체, 코로나19 확산에 일정 기간 동안 ‘총회 전면 금지’… 일반분양·동의서 징구도 늦어져=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이던 지난해 3월 서울시가 약 2달간 총회 개최를 금지하는 공문을 각 자치구에 하달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정비사업과 관련한 총회를 개최하지 못하도록 강제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일선 조합에서는 비상이 걸렸다. 당시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앞둔 상황이어서 일반분양이 임박한 조합은 총회를 통해 일반분양가격이나 입주자모집공고 내용 등을 확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분양가상한제 유예기간이 3개월 연장됐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보다 앞서 이미 총회 개최 금지 명령이 내려진 상황이어서 더 이상 일정을 미룰 수 없었다. 시공자 선정이나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등 중요한 사항을 진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조합들은 지자체의 명령에도 총회를 강행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총회만 연기된 것은 아니었다. 일반분양을 앞둔 구역들도 피해가 불가피했다. 당장 모델하우스를 개관해 수요자들에게 선보여야 하는데, 집합금지 명령으로 분양까지 늦춰야 했다. 또 일부 구역은 추진위원회나 조합을 설립하기 위한 동의서 징구도 일시 멈춤 상태에 들어가기도 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구역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사업이 수개월간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 전파 최소화하기 위한 묘안 찾기 몰두… 야외·드라이브 스루·멀티플렉스 등 접촉 최소화=코로나19로 인해 총회 장소와 방법에도 변화가 생겼다. 먼저 총회 장소가 가장 큰 문제였다. 한 공간에 참석할 수 있는 인원이 제한되면서 실외나 다수의 장소를 대관하는 것으로 발전했다. 포장 음식에 활용됐던 드라이브 스루나 다수의 차량을 이용한 총회가 나왔다. 실제로 일부 조합들은 다수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빌려 개인의 차량에서 특정 라디오 주파수를 이용한 총회를 진행했다. 다수의 버스를 빌려 각 버스에 20~40명을 탑승시킨 후 차량 내 TV나 라디오를 통해 총회 진행 과정을 중계하는 조합도 적지 않았다.

한 건물 내에 다수의 공간을 통째로 빌려 한 장소에 소수의 인원만 입장하도록 하는 방법을 찾기도 했다. 예를 들어 다수의 상영관이 있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이나 다수의 예식장이 있는 건물을 빌려 각 층이나 공간의 인원을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물론 이렇게 총회를 진행하더라도 사전 체온을 검사하고, 손 소독과 마스크는 필수다. 심지어 일부 총회장에서는 방진복과 일회용 장갑 착용을 의무화하기도 했다.

▲정비사업 지연에 따른 비용 증가, 총회 비용도 늘었지만 정부 지원은 없어=정비사업 기간이 늘어나고, 총회나 분양 등에 사용되는 비용이 늘면서 조합원들의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도 일선 조합들은 적게는 수개월, 많게는 1년 이상 사업이 증가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규모 사업장의 경우 총회는 물론 대의원이나 이사회 등을 개최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사업기간 증가는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불어 총회나 일반분양 등에 사용되는 비용이 증가하는 것도 문제다.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의무적으로 총회를 개최해야 하지만, 코로나19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대규모 장소가 필요하기 때문에 대관 비용이 크게 증가하고, 체온계나 손세정제, 마스크 등을 구비하는데도 적지 않은 비용이 소비된다. 이는 곧 조합원의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정부와 정치권은 정비사업에 대한 피해 구제나 지원책은 마련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지난해 비대면 총회 등을 담은 법안이 제출됐지만,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인 상황이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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