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공공 정비사업이 시작도 하기 전 스스로 만든 암초에 부딪쳤다. 일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이 광명·시흥 신도시 지구지정 발표 직전 땅을 매입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공적 정보를 이용한 투기 의혹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2·4부동산대책을 통해 공공 정비사업으로 주택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나선 지 불과 한 달 남짓 지났을 뿐인데 신뢰도는 바닥에 떨어졌다. 정비사업을 민과 함께 공동으로 시행하거나 주도적으로 나설 수 있는 LH가 투기 의혹의 주체라는 점에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공공 정비사업 시행 발표 이전에 주택공급은 충분하다면서 투기 억제와 재개발·재건축 규제에만 집중해왔던 정부다. 당시 시장에서는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정비사업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그런데도 정부는 주택공급이 충분하다는 판단 하에 투기 수요 차단에만 집중했다.

시장은 정부 바람과 달리 과열됐다. 결국은 집권 4년차 들어 시장 안정화를 위해 주택공급 확대를 택했다. 정부는 구도심에서 유일한 주택공급 방안은 정비사업 활성화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발표한 게 공공 정비사업이다. 이 사업의 핵심은 주민 참여도가 관건이다. 일례로 공공이 직접 시행하는 정비사업의 경우 토지등소유자나 조합원 1/2 이상의 동의로 시작할 수 있다. 공공정비계획 신청이 이뤄지면 1년 이내에 토지등소유자 2/3 이상, 토지면적 1/2 이상의 동의를 확보해야 한다. 동의율을 충족하지 못하면 공공 정비계획 신청은 자동 취소된다. 그만큼 공공 정비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과 함께 높은 신뢰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이번 LH 신도시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신뢰도는 추락하고 있고, 공공이 직접 시행하겠다는 정비사업 추진 계획 역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시장은 주택공급 확대를 통한 안정화를 바란다. 그래서 공공 정비사업 추진에 앞서 전문성과 신뢰도부터 쌓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런데 공공 일부 직원은 신도시 부지를 매입해 나무 심기 등 전문 투기꾼 버금가는 행동으로 국민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공공은 반성해야 한다. 이제 와서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지정했던 3기 신도시와 공공 정비사업 추진을 원점으로 되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신뢰 회복부터 나서야 한다.

박노창 기자 par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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