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청산자가 의결에 참여한 사업시행계획의 효력에 관한 흥미로운 판결이 나왔다.

인천의 한 재개발조합은 2011년 경 사업시행계획을 수립하고 분양신청을 실시하였다가 이후 기존 사업시행계획을 전면 폐지하고 새로운 사업시행계획을 수립하였는데, 조합은 ‘기존 사업시행계획이 폐지되었으니 후속 분양신청의 효력도 사라진 것’이라고 오해하고 분양미신청자들을 일괄적으로 조합원으로 회복시켜 새로운 사업시행계획을 위한 총회에 초대한 것이다.

대다수의 분양미신청자들은 수익성이 대폭 개선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며 환영했지만, 일부 분양미신청자들은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조합원 자격이 회복되었음에 반발하면서 조합원 자격 없는 자가 참여한 총회결의는 무효임을 근거로 새로운 사업시행계획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동안 대법원은 비교적 일관되게 ‘자격없는 자가 회의에 참여하였더라도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면 그 결의를 위법한 것으로 볼 수 없고, 자격없는 자의 표결을 제외하더라도 결의 성립에 필요한 정족수를 충족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하자가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이라고 판단해왔는데, 1심·2심법원은 모두의 예상과 달리 새로운 사업시행계획을 위한 총회 결의가 무효라는 결론을 내렸다.

2심법원은 “원래 조합원의 약 28%에 달하는 비조합원들이 총회에 참석하여 의결권을 행사한 상태에서 결의가 이루어지도록 하였는바, 이는 단순한 착오 등으로 일부 비조합원들이 총회에 참석하여 의결권을 행사한 경우와는 달리, 중대한 하자가 있는 정관변경을 스스로 시도한 피고에 의해 순차적으로 발생한 구조적 하자”라는 이유를 밝혔다.

비조합원을 제외하고 정족수를 재산정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비조합원의 수, 그들이 총회에 참석하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기존 대법원의 논리를 그대로 유지하며 “이 사건 총회결의에 조합원 자격이 없는 현금청산대상자 136명이 참여하였으나, 그들을 제외하더라도 조합원 총수 477명 중 436명이 참석하였고 그중 434명(재적조합원의 약 90%, 참석조합원의 약 99%)의 찬성으로 이 사건 총회결의가 이루어져 사업시행계획 수립을 위한 의결정족수를 넉넉히 충족한다”, “조합원 자격이 없는 현금청산대상자들이 이 사건 총회 결의에 일부 참여하였다는 점만으로 이 사건 총회결의가 무효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사건을 2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의 위와 같은 판단은 사업시행계획 수립에 관한 조합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사업시행계획의 내용이 법령 및 정관에 위배되지 않는다면 총회 절차상 일부 하자가 있더라도 총회결의의 효력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된다는 고려가 선행된 것이다. 대법원의 명쾌한 정리로, 주춤했던 사업이 다시 순항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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