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에서는 정비사업구역 내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청구권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정비사업구역 내 임차인들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주택임대차보호법 등에 따라 보호받으며 임대차 기간동안 임대차목적물을 점유할 권리를 가진다. 임차인들은 서로 다른 시기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고, 서로 다른 임대기간을 가지지만 정비사업의 특성상 공사가 시작되기 전에 모든 임차인들이 사업구역 밖으로 이주하여야 하기에 위 임대차계약의 효력을 일률적으로 멈출 필요가 있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정비사업 기간이 상당히 지연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에서는 관리처분계획인가의 고시가 있은 때에는 이전고시가 있는 날까지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을 사용하거나 수익할 수 없다(제81조제1항)고 규정하는 한편,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지상권·전세권 또는 임차권의 설정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때에는 그 권리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제70조제1항), 전세금·보증금 등을 사업시행자인 조합에게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제70조제2항).

물론 보증금 등을 지급한 사업시행자는 이후 임대인에게 이를 구상할 수 있다(제70조제3항). 공익사업 및 손실보상의 근거 법률인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서는 위와 같은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바, 이는 한번 생각해 볼 문제이다.

위와 같은 도시정비법의 규정에 따라 임차인들은 관리처분계획인가 고시 이후 사업시행자에게 보증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런데 서울 마포구의 한 재개발구역에서 관리처분계획인가 고시 이전이라도 보증금을 사업시행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지가 문제되었다.

사실관계를 조금 더 보면 임차인이 관리처분계획인가 고시 이전에 임대차계약을 해지통고를 하였고 이후 임대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받지 못하자 지급명령을 신청한 후 임대인이 가지는 수용보상금(현금청산금) 채권에 관하여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으며 사업시행자에게도 보증금 반환을 구하였다.

이에 대해 사업시행자는 임차인이 보증금 반환청구권을 행사하려면 관리처분계획 인가의 고시시점까지 계약상 임대차기간이 존속하여 임차인의 지위에 있어야 하므로 그 이전에 임대차계약이 해지되거나 종료된 임차인은 대상이 아니라고 항변하였다. 제1심 법원과 제2심 법원은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이상 임대차관계가 존속되는 것으로 간주되고(주택임대차보호법 제4조제2항), 임차인 보호 등을 이유로 사업시행자가 보증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사업시행자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하여 상고를 하였는데 대법원 2020.8.20. 선고 2017다260636 판결은 보증금 등 반환청구권을 사업시행자에게 행사할 수 있다는 도시정비법 제70조제2항의 취지를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인하여 그 의사에 반하여 임대차목적물의 사용·수익이 정지되는 임차권자 등의 정당한 권리를 두텁게 보호하는 한편, 계약상 임대차기간 등 권리존속기간의 예외로서 이러한 권리를 조기에 소멸시켜 원활한 정비사업의 추진을 도모하고자 함에 있다”고 설명하면서 원칙적으로 위 청구권은 관리처분계획인가의 고시 이후 행사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다만 예외적으로 관리처분계획인가의 고시 이전이라도 정비사업 계획에 따라 사업시행자에 의한 이주절차가 개시되어 실제로 이주가 이루어지는 등 사회통념상 임차인에게 임대차관계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임차인이 위 조항에 따라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 사업시행자를 상대로 보증금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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