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처분 결정문 [부산지법 동부지원]
가처분 결정문 [부산지법 동부지원]

건설사가 시공자로 선정되기 위해 조합원에게 민원처리비 명목으로 금품을 제공하는 것은 시공과 무관한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민원처리비 제공이 시공자 선정 결과에 영향을 미친 만큼 총회결의의 효력을 정지한다는 가처분 결정이 나온 것이다.

A건설사는 지난해 9월 부산 B재개발구역의 시공자 입찰에 참여하면서 사업제안서를 통해 조합원들에게 3,000만원의 민원처리비를 지급한다고 홍보했다. 당시 시공자 선정 즉시 3,000만원을 지급하고, 민원처리비의 사용 예시로 △주택 유지 보수 △세입자 민원 처리 △상가 영업 민원 처리 △토지 분쟁 민원 처리 △기타 민원 처리 등에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특히 A건설사는 민원처리비에 대한 조합의 총회 상정 여부와 상관없이 시공자 선정 후 7일 내에 즉시 지급한다고 홍보했다. 또 조합설립에 동의한 토지등소유자를 대상으로 조합원 개별 상환이 없는 조건으로 민원처리비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약 100여명의 토지등소유자는 민원처리비를 받기 위해 조합설립에 동의하기도 했다.

이후 A건설사는 시공자 선정 총회에서 경쟁사보다 약 100표 가량을 더 받아 시공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일부 조합원들은 민원처리비가 시공과 무관한 재산상 이익 제공에 해당한다며 시공자 선정 등의 안건에 대한 결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에 대해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제3민사부(재판장 이성복)는 민원처리비 지급이 채권자의 주장을 받아들여 총회 결의에 대한 효력 정지를 결정했다.

법원은 먼저 경쟁입찰의 방법이 아닌 방법으로 이뤄진 입찰과 시공자 선정 결의는 당연 무효라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형식적으로 경쟁입찰의 방법에 따라 조합총회에서 시공자 선정결의를 했더라도 실질적으로 경쟁입찰에 의해 시공자를 정하도록 한 취지를 잠탈하는 경우에도 법령을 위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법원은 민원처리비라는 명목으로 조합원 개인에게 3,000만원이라는 확정적인 금원을 지급하고, 조합원이 개별적인 상환 책임이 없다는 것은 시공과 무관하게 일괄 지급되는 재산상 이익으로 인식된다고 봤다.

특히 민원처리비 제안으로 약 120명의 토지등소유자가 조합원이 되는데 동의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공자 선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A건설사가 경쟁사와의 표차이가 98표에 불과하고, 조합원에게 약속한 총 지급금액이 393억원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공자 선정 결의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조합원들에게 시공과 관련 없이 제공할 것을 제안한 재산상 이익이 임시총회에서 A건설사를 시공자로 선정하는 결의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시공자 선정의 건 및 선정된 시공자 계약 체결의 건에 대한 결의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