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조합이 조합원이 아닌 거주자들을 상대로 주거이전비, 이주비 등 손실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은 상태에서 명도(인도)를 구하는 본안소송을 제기하거나 가처분신청을 하는 경우가 있다.

세입자라고 주장하는 거주자가 실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사람이 아닌 것으로 보이는 경우, 막무가내로 대화를 거부하는 경우 등 여러 사정 때문에 법적 조치를 먼저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도시정비법에 의하면 관리처분계획이 인가되면 토지등소유자는 사용수익권을 상실한다. 다만 손실보상이 완료되지 않은 경우에는 토지등소유자가 사용수익할 수 있다. 제81조제1항 본문과 단서에 규정되어 있다.

법원 재판 실무는 확실한 방향을 잡고 있다. 재개발 조합이 세입자, 거주자에게 주거이전비나 이주비를 미리 지급한 경우에만 조합 승소 판결을 해 준다. 기각 판결을 받은 후에 손실보상금을 공탁하고 다시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세입자의 안정적인 주거이전을 확보하도록 하려는 사회보장적 차원에서 도시정비법에 ‘손실보상이 완료되지 않은 경우’에는 사용 수익이 중지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한 까닭이다. 주거이전비 보상은 이주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급하는 것이므로 먼저 주거이전비가 지급되도록 할 필요성도 인정된다.

최근에 재개발조합의 인도가처분을 기각한 대구지방법원 결정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이 있다.

조합은 “세입자가 먼저 이주를 하면 조합이 주거이전비를 지급하기로 쌍방이 합의를 하였으므로 세입자는 거주이전비를 지급받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이주를 하여야 한다”고 주장한 사안이다. 법원은 이렇게 판단하였다.

주거이전비 지급에 관한 법령의 규정은 당사자의 합의나 사업시행자의 재량에 의해 그 적용을 배제할 수 없는 강행규정이다. 이 강행규정의 내용은 주거이전비를 반드시 지급하여야 한다는 것뿐만 아니라 주거이전비가 원칙적으로 사전에 지급되어야 한다는 것까지 포함한다. 다만 주거이전비 지급과 이주를 동시에 이행하기로 하는 합의는 가능하다.

결국 법원은 조합과 세입자가 동시에 이행하기로 하는 합의를 한 경우는 유효하나, 세입자가 이주를 한 후에 조합이 주거이전비를 지급하기로 하는 합의는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정비사업 실무에서도 주거이전비의 선지급이라는 원칙이 정착 된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는 ‘가짜 세입자’ 처리 문제로 사업 진행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어차피 법원 판단을 받아야 하는 경우라면 미리미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 법원은 조합의 선이행 여부를 엄격한 잣대로 보고 있음을 고려하여 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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