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에서 정비업체와의 ‘계약해지의 건’을 의결하고 계약해지를 통보한 조합이 다시 총회를 개최하여 기존 결의를 번복하고 정비업체를 복위시키는 것이 가능할까? 당사자들이 다시 잘해보겠다는 것을 막을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싶지만 대답에 앞서 해결해야 할 몇 가지 이론적 문제가 있어 보인다.

첫 번째는 이미 효력이 발생해버린 계약해지를 철회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민법 제543조제2항은 ‘해제·해지의 의사표시는 철회가 불가능하다’고 정하고 있다. 해제·해지란 일방적 의사표시에 의하여 계약관계를 소멸시키는 것으로 상대방에게 불리한 행위이므로 해제·해지의 의사표시가 상대방에게 도달하여 효력이 발생한 이상 일방적으로 그 의사표시를 철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 민법규정의 취지는 계약해지의 상대방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상대방의 동의가 있는 경우 위 규정에도 불구하고 해지를 철회하는 것이 가능하며 다수의 판례 역시 상대방의 동의가 있는 경우 해지의 의사표시 철회를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정비업체의 동의가 있다면 이 문제는 쉽게 해결이 된다.

두 번째는 좀 더 까다로운데, 조합이 총회에서 ‘계약해지 철회의 건’을 의결하면 정비업체의 지위가 회복되므로 이는 사실상 ‘정비업체 선정’ 아니냐는 것이다.

만약 계약해지 철회를 ‘정비업체 선정’으로 본다면 조합은 계약해지 철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총회에 앞서 반드시 경쟁입찰절차를 거쳐야 한다. 대법원은 도시정비법상 경쟁입찰에 관한 규정을 강행규정으로 보고 그 취지를 잠탈하는 행위를 무효로 보고 있으며, 진입을 노리는 다른 정비업체들은 분명 이를 문제삼을 것이므로 철저한 방어가 필요하다.

도시정비법상 경쟁입찰에 관한 규정은 선정절차·방법에 관한 규율로 선정은 ‘기존 정비업체와의 계약이 해지되었을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계약해지가 철회되면 계약해지는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고 정비업체는 그 지위를 상실한 적이 없는 것으로 취급되므로, 조합은 선정단계로 나아갈 수 없다. 계약해지의 철회는 선정 이전의 문제로, 선정단계의 규율을 논의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또한 기존 정비업체는 도시정비법이 정한 엄격한 경쟁입찰절차를 거쳐 취득한 지위를 소극적으로 유지할 뿐이므로, 계약해지 철회가 강행규정의 취지를 잠탈할 우려가 있다고 볼 수 없다.

조합원은 계약해지 뿐 아니라 그 철회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므로, 조합원의 권리행사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 조합은 총회에 계약해지 철회의 건을 상정하고 안건이 부결되는 경우 경쟁입찰을 통해 정비업체 선정절차를 밟을 수 있다.

마음에 걸리던 문제가 해결되었으니 원래의 질문으로 돌아가 자신있게 대답하자면, 조합은 계약해지를 철회하고 기존 정비업체와 다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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