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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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7”

최근 분양시장의 호황에 힘입은 특정 단지의 청약경쟁률이 아니다. 공공방식의 재개발과 재건축을 사전 신청한 구역을 비교한 것이다. 정확히는 공공재개발의 시범사업 후보지를 신청한 적법한 구역과 공공재건축의 사전컨설팅을 신청한 적법한 구역의 수치다. 청약경쟁률 방식으로 표현하자면 8.57대 1 수준인 셈이다.

지난 14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공공재개발 첫 시범사업 후보지 공모에 신청한 구역은 총 70곳으로 도시재생지역 등을 제외하면 실제 검토구역은 60곳이었다. 공공재건축의 경우 15개 단지가 사전컨설팅에 참여했지만, 철회 등으로 결과를 회신한 곳은 7곳에 불과했다.

두 사업은 공공이 사업을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용적률 등의 혜택을 주는 대신 개발이익의 일부를 환수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오히려 공공재건축의 경우 용적률을 최고 500%까지 적용한다는 점에서 공공재개발에 비해 ‘특혜’를 준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그럼에도 뚜껑을 열어보니 공공재건축은 초라한 성적을 거뒀을 뿐이었다.

▲공공재개발, 재개발구역의 ‘최후의 보루’… 공공재건축, 강남에 더 지어라?=이러한 공공재개발과 공공재건축의 인기 차이는 어디서 발생하는 것일까? 먼저 공공방식을 추진하는 대상이다. 공공재개발의 경우 사업성이 낮거나, 내부적인 갈등이 발생하는 등의 이유로 사업이 장기간 추진되지 못한 구역을 대상으로 추진한다. 이번 시범사업 후보지 공모에도 대상 사업장들이 대거 몰렸다. 사실상 공공재개발이 마지막 선택지인 셈이다.

하지만 공공재건축은 다르다. 공공재건축은 도심지 내 주택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대규모 사업장을 대상으로 삼았다. 층수 완화와 용적률 상향 등 파격적인 혜택도 기존 사업장의 유입을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강남권의 대규모 단지에 용적률을 상향시키면 공급 주택이 대폭 확대될 것이란 판단에서 나온 제도다.

그럼에도 실제 사전컨설팅을 신청한 구역들은 공공재개발과 유사한 성격을 보였다. 즉 사업이 답보상태에 놓였거나, 사업성이 낮은 구역들이 대부분 사전컨설팅을 신청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전컨설팅을 신청한 A구역의 경우 지난 2012년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이후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상황이다. B구역도 지난해 추진위원회 구성 당시 상가 권리자들에 대한 동의서 징구로 난항을 겪었다.

강남권에 위치한 C구역의 경우 지난 2016년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이후 2019년 조합원 100%의 동의를 받았지만, 소규모 단지인데다 일반분양분이 많지 않아 사업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남의 대규모 단지로 업계의 관심을 모았던 잠실5단지와 은마아파트는 신청 후 철회를 결정했다. 결국 공공재건축의 타깃 설정이 잘못됐다는 점이 간접적으로 드러난 셈이다.

[삽화=한국주택경제신문 편집국]
[삽화=한국주택경제신문 편집국]

▲신뢰도 떨어지는 조합원 분담금 감소비율… 재건축부담금·단지가치 하락 우려=지난 14일 공공정비 통합지원센터는 조합 단독 방식 대비 공공재건축의 조합원 평균 분담금이 약 37%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합원 평균 분담금 감소비율은 사전컨설팅을 신청한 7개 구역 중 5곳(기존 사업계획이 없는 2곳 제외)을 대상으로 한 결과다. 지역 여건 등을 고려해 용도지역을 최대한으로 상향한 결과 용적률이 평균 182%p 증가함에 따라 수입이 늘어 조합원 분담금 절감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문제는 결과물에 대한 신뢰성이다. 사전컨설팅을 신청한 곳이 7곳에 불과한데 그나마 2곳은 분담금 산출이 불가능했다. 5곳의 산술평균한 조합원 평균 분담금 감소비율이 의미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는 의미다. 실제로 분담금 감소비율은 각 구역별로 최소 11%에서 최대 74%로 편차가 컸다. 더불어 일부 구역은 이미 철회를 선언한 상황임에도 산출 근거로 활용됨에 따라 신뢰도는 더욱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강남권 재건축의 경우 조합원 분담금 절감이 공공재건축 도입을 유도하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재건축을 추진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재산가치 증식’이다. 조합원 분담금이 절감되면 재산가치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시행되는 만큼 수입 증가에 따른 분담금 절감은 ‘조삼모사’와 다름없다. 수입이 증가한 만큼 재건축부담금도 증가하기 때문에 초과이익환수제가 시행되는 이상 공공재건축의 장점은 되레 단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재건축이 완료된 이후 아파트단지에 대한 가치에서도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강남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부촌이라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아파트의 품질이나 환경에 따라 이른바 ‘프리미엄’에서 큰 차이가 발생한다. 따라서 용적률을 대폭 상향해 성냥갑 아파트를 건설하게 될 경우 오히려 단지의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은마아파트의 일부 주민들은 공공재건축을 적용할 경우 대지지분 감소 등에 따른 손해액이 조합원 1인당 11억원에 달할 것이라 주장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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