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감정평가사협회(회장 김순구)가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조성욱)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 취소 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고등법원은 공정위가 협회에 부과한 시정명령, 통지명령, 공표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을 모두 취소한다고 지난 14일 판결했다.

공정위는 “협회가 구성사업자에게 문서탁상자문을 금지하고 이를 지키도록 강요한 것에 대해 사업자단체금지행위에 해당한다”며 지난 2019년 10월 28일 행위중지명령, 행위금지명령, 법 위반 사실에 대한 구성사업자 통지명령 및 홈페이지 공표명령과 과징금 5억원 부과를 의결했다.

문서탁상자문은 감정평가 대상 물건에 대해 현장 조사 없이 서류 검토만으로 추정가액을 예측해 문서를 통해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협회는 공정위 의결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의 핵심 사항은 ‘문서탁상자문 금지가 탁상자문을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하는가’였다. 법원은 협회 손을 들어줬다.

협회는 “문서탁상자문은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 위반 소지가 있어 지난 2012년 이사회에서 탁상자문 방법을 문서에서 구두로, 특정 가격 제시에서 범위 가격 제시로 변경했으며 이는 경쟁 제한이 아니라 감정평가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국토교통부 역시 탁상자문이 가격쇼핑 등의 불공정행위에 해당해 감정평가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지난해 발표한 감정평가산업발전 개선방안(2020.9.10.)에 감정평가 의뢰 전 가액정보 요청 및 특정가액 요구 금지 등 잘못된 관행 개선을 명문화했다. 여기서 가격쇼핑은 사전에 유리한 평가결과를 제시하는 감정평가기관을 선택해 의뢰하는 행위를 말한다.

재판부는 “구두탁상자문이 가능한 상황에서 문서탁상자문 금지는 탁상자문시장의 용역거래를 전면 제한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편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김희곤 의원이 금융감독원장에게 탁상자문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금융감독원장은 금감원도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살피겠다고 말한 바 있다.

금융위원회 역시 지난해 12월 기술금융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기술평가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특정 평가결과에 대한 사전협의 등 평가 관련 부적절한 행위를 근절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가이드라인은 공정한 기술평가를 위해 감정평가 의뢰 전 가격쇼핑과 동일한 성격의 기술등급쇼핑 등을 금지한 것으로 올해 1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등급쇼핑은 사전에 유리한 평가결과를 제시하는 기술신용평가기관을 선택하여 의뢰하는 행위(기술금융 가이드라인 제34조제1항제5호)를 말한다.

김순구 회장은 “감정평가 의뢰 전 가격정보를 제공하는 탁상자문은 잘못된 관행은 물론 감정평가사제도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 정책에 적극 협력하고 감정평가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박노창 기자 par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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