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에서는 조합원의 부동산인도 의무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재개발사업구역 내 거주하는 모든 사람들은 사업구역 밖으로 이주하여야 한다. 재개발사업은 사업구역 내 모든 건축물을 철거하고 새로운 아파트 및 근린생활시설을 신축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재개발사업구역 내 거주하면 공사를 시작할 수 없다. 그런데 가끔 재개발사업구역 밖으로 이주하지 않아 법적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법적분쟁의 당사자는 일반적으로 세입자 또는 현금청산자인데, 이들은 현금청산금의 지급 또는 증액을 요구하며 이주를 거부한다. 현금청산자는 분양신청을 하지 않음으로써 재개발사업에서 탈퇴 선언을 한 자로서 이들이 받는 현금청산금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및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정해지고 여기에 자신의 의사는 고려될 수 없는 바, 이들의 분노에 찬 이주 거부는 일면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

그런데 정말 드물게 조합원이 이주를 거부하며 재개발사업을 방해하는 사례도 있다. 이들은 “해당 재개발사업이 잘못되었다”, “비리가 개선되어야 한다”, “조합임원이 해임되어야 한다” 등의 목소리를 내며 이주를 거부한다. 참다못한 재개발사업조합에서는 소송을 통해 사업지연에 따른 손해배상 및 임료 상당의 부당이득을 구하기도 한다.

실제 관련한 소송에서,1심 판결은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 “관리처분계획 고시로 피고는 재개발사업 시행자인 조합에게 부동산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피고는 위 인도의무를 지체하였기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도의무 불이행으로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면서 인도 지연과 재개발사업 지연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그리고 이주 지연 기간의 이주비 대출이자와 사업비 대출이자의 합계액을 손해액으로 보되, 이주율과 부동산의 면적 등을 고려하여 피고의 책임을 10%로 제한하였다.

다음으로 부당이득반환 청구에 대해서는 “관리처분인가가 고시된 다음 날부터 이 사건 부동산을 점유·사용할 권원이 없음에도 이를 점유․사용함으로써 원고에게 손해를 가하였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위 부동산의 무단점유로 인하여 얻은 이득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하며 차임 상당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대해 피고가 항소하였으나 항소심 판결은 “인도 지연으로 인한 손해를 경합된 다른 사정과 구분하여 정확히 산정하기는 어려우 피고에게 원고가 입은 손해 전부를 배상토록 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나는 점 등”을 들어 손해배상의 책임 제한의 비율을 10%에서 2%로 감축하였을 뿐 그 외 판단에 대해서는 1심과 같은 판단을 하였다.

위 판결은 조합원의 인도의무를 명확히 밝히고 이주지연에 대하여 손해배상 책임(사실관계에 따라 책임 제한 비율은 달라질 수 있다)에 더하여 부당이득반환 책임까지 인정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재건축사업에도 위 판결 논리가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위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이주지연이 발생하는 경우 조합이 부담해야 하는 금융비용은 매우 크고 이를 수많은 조합원들이 나누어 부담해야 하는 점을 고려할 때 항소심의 판단이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된다. 이주지연 이슈는 정비사업조합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고민거리이다. 새해에는 골치 아픈 고민거리가 없어지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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