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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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해 보증금을 납부토록 하는 이른바 ‘현설보증금’을 금지하는 내용의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이 지난달 16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일부 조합에서는 여전히 시공자 선정 시 현설보증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계약업무 처리기준이 개정된 사실을 모르거나, 모호한 부칙 규정으로 인해 재입찰 시 현설보증금을 요구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6일 누리장터에 등록된 입찰공고를 분석한 결과 다수의 조합들이 여전히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현설보증금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은 물론 가로주택정비 등 소규모정비사업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발생했다. 가로주택정비사업과 소규모재건축사업의 경우에도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을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만큼 현설보증금 요구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실제로 지방의 한 재건축조합은 지난달 30일 현장설명회에 앞서 보증금 10억원을 요구했으며, 한 재개발조합도 입찰보증금 200억원 중 50억원을 현장설명회 전까지 납부하는 조건을 포함시켰다.

[삽화=한국주택경제신문 편집국]
[삽화=한국주택경제신문 편집국]

심지어 서울의 한 소규모재건축사업의 시행자인 신탁사도 현설보증금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었다. 입찰공고에 따르면 건설사가 현장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1억원의 보증금을 납부해야 한다. 경기도의 한 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도 현장설명회에 앞서 입찰보증금 20억원 중에서 10억원을 조합의 계좌로 입금토록 했다. 다만 해당 조합은 현설보증금에 대한 문제를 인식해 바로 입찰공고를 취소했다.

시공자 입찰공고에 현설보증금을 요구한 구역들의 공통점은 1차 입찰이 유찰된 이후 재공고를 냈다는 점이다. 즉 계약업무 처리기준 개정 고시가 이뤄지기 전에 시공자 입찰공고를 냈고, 유찰이 되자 재공고를 했다는 것이다.

계약업무 처리기준 시행 이후에도 현설보증금을 유지한 이유는 바로 부칙 규정 때문이다. 부칙에 따르면 고시 시행 전에 입찰공고를 한 사업에 대해서는 종전 규정을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시행 전에 입찰공고를 한 ‘사업’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는 것이다.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최초 입찰공고가 유찰이 된 경우 2차 입찰공고를 ‘동일한 사업’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과 2차 입찰은 ‘별도의 사업’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상반된 주장이 나오고 있다.

법무법인 조운의 이정아 변호사는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의 부칙 규정은 해석하기에 따라 내용이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시공자 선정은 건설사와 조합원에게 민감한 사항인 만큼 향후 분쟁의 소지가 될 수 있는 명시적인 표현으로 개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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