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고에서는 서면결의서를 내고 총회 장소에 와서 직접 참석자 명부에 서명만 하고 돌아가도 직접 참석자에 해당하기에 넓은 총회 장소를 물색할 필요가 없다는 일부 변호사님들이 있다는 것, 이러한 자문은 직접 참석 비율 때문에 적합한 총회 장소 마련을 위해 애쓰는 조합의 업무 현실과 동떨어져 있으나 파격적 편의성 때문에 전국적으로 전파될 조짐이 있다는 것, 일부 변호사님들의 주장은 서면결의서를 내고 총회 현장에 오면 직접 참석자로 인정된다는 법리와 일단 총회 현장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면 더는 총회 현장에 머물지 않아도 참석자로 확정된다는 법리를 결합하여 만들어낸 것으로 추측된다는 것 등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일부 변호사님들의 논리가 아무리 달콤해도 조합이 섣불리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 이 편리한 주장이 총회 업무에 관여해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갸우뚱할만한 이상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이질적 느낌은 어디에서 비롯될까. 지나치게 쉽기 때문이다.

그동안 조합들이 총회 장소를 구하기 위해 힘들게 애썼던 이유, 코로나 19 바이러스 상황에서도 총회를 사수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 그건 바로 총회를 적법하게 ‘열기’ 위해서였다. 일단 총회가 ‘열리고 나서야’ 이후의 모든 의사 관련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

정상적 의사 진행을 전제로 비로소 안건에 관해 조합원들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만약 총회 자체가 적법하게 열린 것이 아니라면, 아무리 개회를 선포하고 투표개시를 선언하는 등 의사 절차 진행 과 유사한 행위를 이어가더라도 결국 그로부터 도출된 총회결의는 효력을 인정받을 수 없다.

총회 개최일에 실제 총회를 ‘열기’ 위해 법적으로 ‘참석’이 요구되는 최소한의 조합원 숫자를 우리는 ‘의사정족수’라 부른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전체 조합원 과반수’가 일반적 의사정족수라면 ‘전체 조합원 10 퍼센트 이상의 직접 참석’은 특별한 의사정족수 내지는 별도의 의사정족수라 부를 수 있다. 명칭이야 어떻든 직접 참석 요건이 갖추어져야 비로소 총회는 ‘성원’이 되고 적법하게 ‘의사’를 ‘진행’할 수 있다.

일부 변호사님들의 조언이 잘못된 길로 들어서게 되는 순간이 바로 이 지점이다. 총회를 열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인 의사정족수를 갖추지 못한 채 의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이분들의 총회 진행 방식은 직접 참석요건 미달인 상태에서 개회선언, 안건상정 및 심의, 투표개시선언, 의결선포 등의 절차를 일방적으로 진행한다.

일단 ‘개회를 선포하고 투표개시를 선언한 후’ 조합원들이 차례로 총회 현장에 나타나 참석자 명부에 서명만 하고 돌아가면 총회 현장에서 의결권을 행사한 것이니 직접 참석자에 포함된다는 주장은 그래서 앞뒤가 완전히 뒤바뀐 논리다.

직접 참석 요건을 충족한 후에야 개회 선포나 투표개시선언 등 ‘의사’의 진행이 가능한 것인데, 이분들은 ‘의사’를 먼저 진행하고 제대로 총회가 오픈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합원들이 다녀가더라도 ‘성원’을 충족할 수 있다는 논리를 만들어낸다.

그런 기적의 논리는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한순간도 의사정족수를 충족한 적이 없음에도 총회의결이 가능하다는 황당한 결론으로 이어진다.

당연히 충족되어야 할 것으로 여겨져 왔기에 ‘의사정족수’나 ‘성원’, ‘개의’ 등이 소송에서 정면으로 다투어진 사례가 드물다 보니 일부 변호사님들이 ‘의사정족수’나 ‘성원’에 대한 별다른 고민 없이 과감한 조언을 하게 되는 듯하다. 변호사의 조언이 늘 옳을 수만은 없다. 그러나 잘못된 조언임을 깨달았을 땐 소송으로 가져가 우기기보다 즉시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 법률전문가의 도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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