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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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 조례로 정한 구역해제 기준을 충족했다는 이유만으로 정비구역을 해제한 것은 위법하다는 고등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해제동의율 등 조례 기준을 만족했더라도 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해제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만 구역해제가 가능하다는 취지다.

서울고등법원 제9행정부(재판장 김시철)는 지난달 24일 소사1-1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 부천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정비구역 등 해제 처분 등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판결문에 따르면 소사1-1구역은 지난 2009년 4월 정비구역으로 지정돼 2011년 6월 조합설립인가에 이어 2014년 6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하지만 2018년 5월 일부 토지등소유자가 해제요청서를 제출함에 따라 정비구역 해제 절차에 들어갔다.

당시 시는 조례의 해제기준인 ‘토지면적의 1/2 이상의 토지소유자의 동의’가 충족됐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구역해제 공람·공고, 시의회 의견 청취 등의 절차를 거쳐 정비구역 해제를 고시했다. 조합은 정비구역 해제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 법원인 인천지방법원은 구역해제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조례에서 정한 해제기준을 충족한 것이 곧바로 법에서 정한 해제기준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조례에 따른 토지면적 1/2 이상의 토지소유자 동의에 의해 해제요청이 있다고 하더라도 도시정비법에서 정한 정비구역 해제사유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며 “토지소유자 동의에 의한 해제요청은 정비구역의 해제사유에 대한 심사·판단을 개시하기 위한 요건 또는 심사·판단을 위한 하나의 기준을 설정한 것에 불과하다”고 해석했다.

이어 “도시정비법에서 정하고 있는 해제사유인 ‘토지등소유자에게 과도한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지’ 또는 ‘정비구역의 지정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지’ 등에 대한 실질적인 심사나 검토가 없었다”며 “정비구역 해제사유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어 정비구역 지정해제 처분은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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